▲이정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
우리나라 근로자의 88%(1400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해외로 나가면서 중소기업발(發) 제조업 공동화 현상과 함께 국내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해외이전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중소기업이 포함된 제조업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매달 수만 명의 근로자가 실직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작년에 역대 최고치인 7조 가량을 공장을 이전한 해외에 투자한 것으로 발표했다. 해외로 떠나는 중소기업의 경우 예전에는 노동집약적 업종인 신발, 봉제완구, 의류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전자, 화학 등 업종을 불문하고 일어나고 있어 국내 근로시장에 주는 악영향이 심각해지고 있다.
국내 일자리 감소에 치명적인 중소기업들의 한국 탈출의 근저에는 대기업들의 탈(脫) 한국 러시가 있다.
삼성전자의 광주사업장은 국내 인건비 부담 때문에 2년 전부터 중저가형 백색가전 제품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광주 공장은 프리미엄 가전 생산기지로 바꾸고 있다. 이로 인해 광주하남산단 삼성전자 협력업체들은 납품 물량이 많게는 10분의 1까지 대폭 줄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자금여력이 있는 중소기업들은 해외로 진출한 대기업을 따라 함께 이주하면서 국내 공장 신규 투자를 축소하고 기존의 공장규모도 줄이고 있다. 해외이전의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으로부터의 하청물량 자연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국 문을 닫는 처지까지 내몰리게 된다.
고임금 저생산 문제도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5년 한국 자동차 기업 직원들의 평균 임금은 9313만원으로 도요타의 7961만원을 훨씬 웃돌았다. 반면 자동차 한 대 생산에 일본의 도요타가 약 24시간인데 비해 한국 자동차업체는 27시간가량이 소요되고 있다.
생산성은 더 낮은데 임금은 더 높으니 수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기업들로서는 세계의 다른 나라 기업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고임금 저생산성의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대기업들은 할 수 없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한국 산업화 주역으로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게 했던 한국 근로자들의 근면성에 따른 높은 생산성은 옛일로 치부된다. 이제는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보다 생산성이 낮아지고 있다.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 강화가 해외기업 유치를 막고, 기업들의 국내투자를 약화시키면서 해외 이전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부 제한된 지역에 규제를 풀겠다는 규제 프리존 특별법을 포함한 서비스산업발전법, 노동개혁법, 의료와 관광 및 교육 등 경제활성화를 위한 각종 규제완화 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처지지 않는 경쟁력을 가진 국내 의료산업은 규제로 인해 발전을 멈추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영리병원 설립금지, 원격의료 제한, 줄기세포 규제 등 각종 의료규제를 풀면 짧은 시간에 30여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규제완화가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법인세를 35%에서 15%로 대폭 감축하는 감세안을 발표했다.
감세를 통해 해외 이전하는 기업의 수를 줄이면서 해외기업들을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법인세율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키면서 글로벌 기업 유치 전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OECD 회원국에서 18개국이 법인세율을 인하, 11개국이 유지, 재정이 열악한 칠레, 멕시코 등 5개국만이 인상했다.
주요 선진국이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낮추는 추세에 반해 우리나라 주요 대선후보들은 법인세율을 올리겠다고 한다. 해외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고사하고 국내기업마저 해외로 내몰겠다는 것에 다름 아닌가.
노동 시장의 유연화는 어려워지고, 인건비는 치솟고, 규제는 늘어가고 있다. 반(反)기업정서에 편승해 법인세까지 올리겠다고 하니 해외기업 유치는 고사하고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과 이로 인한 국내 일자리 감소는 어떻게 할 것인지 답해보시라, 대선후보들이여!
이정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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