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인구절벽 위기를 경험한 일본의 경우에도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 지자체 사활을 건 인구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2014년 5월 일본 총무대신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의 ‘지방소멸’이 발표되면서 인구위기로 인한 지방소멸이 국가적 화두로 등장한 이후 아베정부는 내각에 지방창생본부를 설치하고 ‘지방창생프로젝트’라는 국가 차원의 지방 살리기 대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시코쿠 섬의 동부에 위한 도쿠시마 현은 지방창생 프로젝트에서 IT 기업 유치를 전략으로 내세웠다. 젊은 IT 기업인들을 유치하기 위해 초고속 광통신망을 구축하고 기업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게 하는 한편, 농촌 공동화로 비어있는 민가를 사무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결과, 13개의 IT 기업을 유치했다. 도쿠시마 현은 남자 귀가시간 오후 6시 2분, 여성 사장 비율 전국 1위, 케이블TV 세대 보급률 3년 연속 전국 1위 등을 내세우며 청장년층 귀농1번지로 거듭나고 있다.
일본 도쿄의 가스시카 구는 어린이 종합센터와 보건소, 보건센터를 통합한 건강플라자를 운영 중이다. 임산부는 출산 전까지 이곳에서 최대 14번의 무료 검진을 받을 수 있고, 취학 전 만 5세까지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육아광장과 카페도 설치해 지역 젊은 엄마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가나가와 현의 작은 마을인 가이세이는 역내에 육아지원센터와 민간 보육원, 토요 학교를 개설해 30~40대 맞벌이 육아세대의 보육 부담을 줄였다.
우리나라의 인구주택총조사에 해당하는 일본의 국세조사 결과 2015년 기준, 전체 일본 인구 중 무려 26.7%가 65세 이상 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2차 대전 후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가 노인인구에 본격적으로 편입되면서 1920년 국세조사 시작 이후 노인인구비율이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이에 반해 15살 미만 인구는 고령인구의 절반 수준인 12.7%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일본의 지방 중소 도시들은 고령층 부양을 위한 사회보장비 부담에 인구 감소까지 겹친 상황. 지방소멸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 속에서 일본은 청장년층의 지역 정착을 위한 파격적인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겪고 있는 인구위기, 지방소멸의 위기는 우리에게 먼 이야기가 아니다. 10년 넘게 이어지는 초저출산 현상으로 농어촌 지역은 물론 지방 중소도시의 학교들까지 폐교되거나 통폐합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사라지는 것이 어디 학교뿐인가. 청년들이 없는 지역에는 문화시설은 고사하고 상가나 의료시설조차도 문을 닫다보니 점점 마을을 떠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 행정자치부에서는 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시골지역에 청년들을 파견, 정착을 돕기 위한 ‘청년희망뿌리단’ 사업을 시작했다. 19세~45세 청년들이 지역에서 제안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숙소와 활동비, 사무실 등의 지원과 함께 월 50만 원 정도의 생활비를 보조받는 형식이다. 전남 곡성군은 지역 내 양곡 창고와 빈 점포를 활용한 복합예술카페를 창업할 청년들을, 안동시의 경우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학습공동체의 개념인 ‘청년이 만드는 동네 대학’ 개강을 이끌 청년을 모집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연간 3000명의 도시 청년에게 월 200만 엔을 지원해 농촌에 파견하는 지역부흥단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역시 이번에 시작된 ‘청년희망뿌리단’의 반 이상이 그 지역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지자체 인구감소를 막고 침체되어 있는 지역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힘을 모은다니 반가운 일이다.
이제 인구는 지역의 존폐를 결정하는 문제가 되었다. 인구정착을 위해서는 이벤트성 행사가 아닌 산업과 주택, 교육과 의료, 문화시설 등의 인프라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청년이 행복한 지역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지자체 경쟁력을 높이고 소멸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일 것이다.
박윤옥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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