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럼틀에서 내려오는 방법이 다르다고 해서 뼈에 금이 갈 수 있을까? 아닐 거야.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내 솔직함이었다. 2월 4일 서울에서 학회를 마치고 대전에 돌아오는 중 아들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 지현이가 다쳤어?”
“뭐라고? 어디를 어떻게 다쳤는데?”
“다리를 다쳐서 못 걸어. 그래서 지나가는 차를 세워서 집까지 태워달라고 했어.”
철렁 내려앉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고,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교육을 마치고 내려가는 기차 안이라서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릿속이 복잡했다.
“알았어. 지현이는 많이 아프다고는 하지 않니?”
“응”
“우선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어. 엄마가 아빠한테 전화해 볼게”
남편에게 연락을 취했다. 남편도 일을 중단하고 집으로 왔지만, 퇴근시간이라 막히는 도로를 어찌할 수 없었다. 집과 가까운 정형외과로 갔다. 엑스레이를 찍었다. ‘성장판 골절’이란다. 뼈에 금이 심하게 가서 통 깁스를 해야 한다고 하신다. 순간 가족들은 먹먹했다. 그래. 그래도 희망은 있다. 속상해하는 딸을 달래고, 응급처치를 해 준 아들에게도 칭찬을 해줬다. 아들 생일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아들도 속상했는지 눈물을 보인다. 안아주면서 속상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함께 전했다.
통 깁스를 한지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이 지났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반 깁스를 오랫동안 해야 된다고 하신다. 깁스를 풀 생각으로 설레었던 딸의 얼굴이 시무룩해진다. 일주일 전에 병원에 왔을 때도 깁스를 풀겠지 기대감에 실망했던 딸의 얼굴이 떠오른다.
“엄마, 학교에서 단체사진 찍는데, 목발 집고 찍은 사진이 평생 남잖아.”
“지현이는 그게 싫구나?”
“응,”
“그러면 사진 찍을 때만 목발 빼고 찍으면 되지 않을까” 알았다고 대답해 주는 딸이 고마웠다. 의젓하고 엄마의 마음을 알고 있는 것인지, 아이처럼 투정부리지도 않는 딸의 마음이 한없이 안쓰럽고 사랑스럽다. 의사선생님께서 ‘수술 안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라는 말씀에 위로가 되었는지 금방 미소를 짓는 딸. 고맙구나. 톱 소리가 진료실에서 들린다. 윙윙~~
잘 견디어주는 딸이 고맙다. 물리치료를 받고, 반 깁스를 했다. 한 달 넘게 가려웠던 다리를 위해 목욕을 해줬다. 밤마다 가려워서 나무젓가락으로 긁었던 다리. 따뜻한 공기와 샤워기에서 나오는 고마운 물. 아프지 않게 때도 밀어주었다. 순간 어릴 적 어머니랑 목욕탕을 갔다 온 기억을 되새겼다.
‘어머니의 사랑’ 이다. 딸을 통해 나는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는다. 목욕을 마치고 딸의 기분을 물었다. 개운하고 좋다고 한다.
“그래, 그럼 됐다.”
이것이 엄마의 마음일까. 한 달 넘게, 앞으로 몇 달을 깁스를 할지는 모르지만, 의젓하게 잘 견뎌주고, 불편하다 투정하지 않는 딸이 고마우면서도 옆에서 매번 도와주지 못한 마음이 뒤섞이면서 나의 마음속에서는 눈물이 고였다.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는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와 김종진 한국지문심리상담진흥원 원장이 격주로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심리’의 창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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