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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한 지 벌써 중간고사도 끝나고 두 달이 되어간다.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은 20대에서 6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좀 제대로 공부할 요량으로 경험이 많으신 교수님들의 강의를 듣기 위해 대학으로 간 나는 강의 첫날 ‘다 젊은 사람들이공부하는 곳에 나만 나이 많은 사람이면 어떡하지’란 걱정을 안고 강의실에 들어섰는데 나이 드신 분들이 의외로 많아 깜짝 놀랐다.
학교 가는 교통편이 좋질 않아 차를 가지고 학교를 다니게 되었는데 동기인 60대 한 여성분이 집이 같은 방향이라 같이 하교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분은 함께하는 하교길에 기분좋게 차를 타고 신나게 수다를 떨며 가시다가도 매번 집이 가까워지면 이맛살을 찌푸리고 가슴을 주먹으로 쳐가며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다. 뭔가 이상하여 어디가 불편하냐고 물었더니 그제서야 자초지종을 말하기 시작했다.
결혼 전 신랑감은 너무나 마음에 드는데 100kg나 나가시는 예비 시어머니인 성격이 보통이 아니셔서 결혼을 망설였다고 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걱정마, 100kg이나 나가시고 당뇨가 심하시다는 데 얼마나 사시겠어. 조금만 참아. 그럼 곧 좋은 날이 올거야” 라고 하는 말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래 못 사실 거란 주변 사람들의 말과는 달리 지금 시어머니께서 100세를 바라보고 있고 그런 시어머니를 40년을 넘게 모시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다 친정 어머니까지 96세로 요양병원에 10년째 계신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
시어머니께서는 몸이 무거워 밖에 다니시지를 못하다보니 친구도 없고 결국 며느리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게 되어 며느리가 밖에 나갔다 올 때면 시어머니의 잔소리는 더욱 심해지고 하루종일 본인과 함께 있어주길 바란다고 한다.
그러나 며느리는 하루 종일 시어머니와 같이 있다보면 병원에서 약을 타다 먹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해서 교회나 공부핑계로 이렇게 학교를 다니며 피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집에 다시 들어갈 때면 가슴이 아플 정도로 심장이 두근거려 살 수가 없다고 한다.
이렇게 주변에도 100세 가까이 사시는 분들이 많이 보이니 진짜 100세 시대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하지만 오래사는 것이 본인과 자식들, 주변사람들에게 달갑지 않게 생각된다는 것은 참 서글픈 일이다.
매스컴에서 노인(老人)은 사람이 아닌 노인(NO人)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것을 보았다. 우스갯소리라 했지만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말이다. 노인을 쓸모없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사회가 된다면 얼마나 비참하단 말인가.
옛날에는 불로초를 찾아다닐 정도로 갈망했던 장수(長壽)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소망이 실현된 결과라는 점에서 인류 최대의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회에 있으나 마나 하는 존재가 되어버린다면 백 세까지 산다는 것은 국가나 가족들 또한 본인에게도 재앙이 될 것이다. 학자 Wallice(1999)나 Peterson(2003)는 인구고령화가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지진과 같고 잿빛 새벽에 비유하며 잿빛으로 물든 불안한 사회가 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다보면 그 심각성을 더 느끼게 된다.
이제는 오래 사는 것만큼 그 기간 동안 얼마나 건강한 삶을 사느냐가 중요하다 하겠다.
성공적인 노후란 가족에게는 자녀들의 이맛살을 찌푸려지는 노인네가 아닌 항상 생각나는 사람으로 사회에서는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어른으로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과 사회관계를 잘 유지하며 삶의 목표의식을 뚜렷하게 가지고 아랫사람들과 사회에 존경받는 어르신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즉,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노인 취급 받는 게 아니라, 이 사회의 꼭 필요한 존재, 삶의 지혜를 알려줄 수 있는 존경받는 어르신으로서 가치있는 삶을 살아가야 된다는 것이다.
40대 후반인 필자도 앞으로 얼마나 오래 살게 될지 모르겠지만 자녀와 사회에 쓸모없는 노인(NO人)이 되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해 나가야 겠다.
사회에 필요한, 건강한 마음이 늙지않는 노노(NO老)족으로 그렇게 살아가련다.
김소영(태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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