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 맹구지환(猛狗之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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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톡] 맹구지환(猛狗之患)

  • 승인 2017-04-26 11:19
  • 김용복/ 극작가김용복/ 극작가
▲ 출처=다음 블로그 '은하십리'
▲ 출처=다음 블로그 '은하십리'


요즘 정치판에 딱 들어맞는 이 말, 맹구지환(猛狗之患)!

사람을 잘못 쓰면 표 깎이고 망신당하기 십상팔구(十常八九).

인선(人選)이 만선(萬善)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조직의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함께 일 할 유능한 사람을 뽑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의 선거판에서는 ‘맹구지환’이라는 고사성어와 딱 들어맞는 짓거리들이 일어나 표의 향방이 들락거리고 있다.

2천여 년 전 중국 송나라에서 있었던 일이다. 옛날 송나라에는 술을 아주 잘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맛좋은 술을 넉넉히 주고 손님에게 항상 친절했는데 언제 부터인가 손님이 차츰 줄어들기 시작하여 그만 문을 닫게 되자 지혜로운 선사(善師)을 찾아가 그 이유를 물었다. 각색(脚色)하여 엮어보자.

술장사: 잘 팔리던 술이 요즘은 찾아오는 손님이 전혀 없어 가게를 닫고 이렇게 선사님을 찾아왔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선 사: 그래? 혹시 자네 집에 사나운 개가 있는가?

술장사: 예 있구말구요 1년 전부터 덩치가 크기로 유명한 ‘그레이크 댄’이라는 개를 기르고 있습니다.

선 사: 뭣이라, ‘그레이크 댄’이라? 그렇담 그 개는 기네스북에 오른 그 개가 아니던가? 덩치가 크기로 세계 제일의.

술장사: 맞습니다. 맞고요, 영국의 피터 콜리씨에게서 1억 원에 분양받아 애지중지 기르고 있습니다.

선 사: 그렇다면 너희 집에 손님이 오면 먼저 사나운 개가 도둑인 줄 알고 짖어 대며 달려드니 아무리 술 맛이 좋고 주인이 좋아도 그 개가 있는 한 손님 들이 안 올 것일세.

그러고 보니 주인은 귀여운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비싼 돈 주고 사다가 날마다 맛있는 것을 주며 정성껏 키웠는데 어느새 큰 사냥개가 되어 사나워졌으니 근심덩어리가 되었다. 맹구지환(猛狗之患)이 된 것이다.

아무리 인재를 구하는 훌륭한 후보가 있더라도 그 주변에 사나운 개나 모사꾼이 있다면 그런 위인들로 인해 소중한 한 표는 방향을 돌리는 법.

요즈음 후보들을 놓고 지지선언이 요란들이다. 그리고 후보는 지지자의 손을 마주 잡고 V자로 손을 높이 쳐든다. 얼굴에는 보름달이 걸려 있다. 그런데 잊어서는 안 될 이것, 표의 향방. 그때마다 표의 향방이 갈라지는 걸 후보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 눈앞에 와서 헤헤거리는 그 인물들은 선거철만 되면 이리저리 옮겨가며 서림이처럼 헤헤거린다. (명종 때 황해도를 중심으로 활약하였던 임꺽정(林巨正)의 모사로 알려져 있다. 후에 임꺽정이 체포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배신자)

보라 후보들이여! 서림이 한 표를 얻기 위해 수만 표를 버릴 것인가? 아니면 한 표를 버리고 수만 표를 얻을 것인가? 그대 앞에 와서 헤헤거리며 V자로 손을 치켜세운 그가 어떤 내용으로 인지(認知)도가 있는 인물인가 따져보기 바란다.

유능한 인재를 불러 모으는 것이야말로 예나 지금이나 조직의 리더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인 것이다. 삼국시대 유비처럼 삼고초려(三顧草廬)라도 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할 것이다. 처신이 신중한 인물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왜 감지 못하는가?

따라서 일부 언론에서 보여주는 지지율에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4.12 재·보궐선거에서 인기 없다던 자유한국당이 압승한 것을 보라. 민심의 향방이 나타나지 않았던가? 자, 그러니 10여일 밖에 남지 않은 투표일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집안에 손님 쫓는 사나운 개는 없는가, 또는 그런 자를 영입하지는 않았는가?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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