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호응 없는 민심, 밋밋한 대선 분위기
정치권 불신, 무관심 여전..밑바닥 민심 관건
▲ 연합뉴스 사진 |
“분위기가 영 살지 않아요.”
한 정당 당직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대선 분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다.
다시 한숨을 내쉰 그는 말을 이었다.
“우리만 정신없이 바쁜 것 같아요. 그래도 대선인데 이렇게 분위기가 살지 않은 적은 처음이네요.”
5·9 장미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선 열기는 좀처럼 뜨지 않는 분위기다.
예전 같으면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를 기간임에도 지역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다.
최근 유세 현장에서 만난 일부 시민과 상인들은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이들 목소리엔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 등이 묻어났다.
중앙시장에서 만난 고모(40)씨는 “이번 대선도 결국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잘못해서 열리는 게 아니냐”며 “누가 대통령이 되던지 별 관심이 없다”고 했다.
상인 임모(45·여)씨는 “자꾸 여기 와서 뽑아 달라, 도와달라고 하는데 장사나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유세만 하러오면 차 막히고, 시끄럽고, 복잡하고,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중앙시장은 대전 민심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소로 각 당이 경쟁적으로 유세를 벌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가 다녀갔고, 각 당 선거대책위원장들도 앞 다퉈 중앙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는 중이다.
유성지역 전략적 요충지인 유성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한 30대 청년 상인은 “유세차가 한 대도 아니고 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유세차 3대가 하루 종일 노래를 틀어대니 시끄러워서 못살겠다”며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데 누가 온다고 하면 괜히 정신만 사납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 방문과 흥겨운 로고송, 이에 맞춘 선거운동원들의 율동에서 느껴지는 대선 분위기와 밑바닥 민심이 다른 셈이다.
동네마다 붙여진 대선 후보 포스터 앞에 주민들이 모여 한두 마디씩 던지는 모습도 찾기 힘들어졌다.
중구 태평동 주민 조모(55·여)씨는 “후보가 한둘도 아니고 특별히 누굴 뽑아야할지도 모르겠다”며 “사람들이 예전엔 포스터 앞에서 누굴 뽑아야 한다느니 이런 얘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들 별로 무관심한 듯하다”고 했다.
가족, 친구 사이에서 핏대를 올리며 갑론을박이 벌어지던 정치 토론도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 됐다.
시민 신모(30)씨는 “괜히 정치 관련 이야기를 꺼냈다간 서로 얼굴만 붉히고 기분만 좋지 않은 채로 대화가 끝난다”며 “서로 피하고 조심하다보니 자연스레 대선 관련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착 가라앉은 선거 분위기에 각 정당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사전투표까진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고, 다음주부터 근로자의 날(1일), 석가탄산일(3일), 어린이날(5일) 등 황금연휴가 시작돼 사실상 선거 운동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SNS를 적극 활용하는 미디어 선거전을 펼치는 동시에 주요 거리에서 후보 집중 유세를 통한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사상 초유의 조기 대선이다보니 관심도가 낮은 것으로 느껴진다”며 “쉽게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밑바닥 민심의 관심을 높이고 이들의 표심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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