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가 절대평가화 되면서 대학입시에서 수학의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상당수 학생들이 스스로를 수포자(수학포기자)로 부를 만큼 ‘수학’은 넘지 못할 벽이 되고 있다.
대부분 학부모들은 중학교 때부터 강도 높은 선행학습을 시키는 학원을 찾아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기대한 만큼 성과가 나오는 학생은 많지 않다.
조안호 더블리치수학캠프 대표는 이 같은 현상을 문제집 권수에 집착한 학원들의 공부법에 있다고 진단한다.
기존 수학 강의가 안타까워 책을 출간했더니 이를 교재로 강의하는 학원이 생길 정도로 개념수학 및 수학공부법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불리는 조안호 더블리치수학캠프 대표를 만나 수학 공부법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고 있는데,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초등학교부터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도 있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중학교 3학년에서 50%정도가 수학을 포기하고 있다.
수학을 포기하지 않은 학생들이 인문계고에 진학했다고 볼 때 다시 고1 진학 2개월만인 5월 정도에서 이미 60%의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게 된다. 역산해보면 고1까지의 학생들의 70~80%가 수학을 포기한다. 고2, 고3에서 수학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심정적으로 고1에서 수학을 포기하는 것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먼저 실태파악부터 해보자. 소위 빡센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은 하루에 3시간 정도 좀 더 심하면 4~5시간까지 하고 한 학기당 문제집 4~5권을 푼다. 강사는 목이 쉬도록 가르치고 아이들은 아이 나름대로 문제를 어마어마하게 푼다. 점차 파김치가 되어가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학부모가 다른 대안을 찾아보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다.
이렇게 하면 시험점수가 잘 나올까? 중학교 시험점수는 잘 나오는 것이 맞지만 고등학교 시험점수는 ‘글쎄’다.
한 마디로 중학교까지의 시험은 쉬워서 어떻게 하든 많이 공부한 학생이 공부를 잘하지만, 고등학교의 시험 특히 고등학교 모의고사시험은 다르다.
공부의 분량도 많고 아이가 깊게 생각해야하는 문제들이 다수 들어있기에 유형별로 많이만 공부하는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중학교부터 거의 5~6년에 걸친 어마어마한 공부 시간을 고등수학에 쏟아부은 결과치고는 참으로 초라하기 그지없는 결과다.
▲그렇다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처음부터 여러 개의 문제집을 푸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학원에서 무조건 여러 개의 문제집을 풀면 학부모들이 안심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이 많은 문제들을 풀면서 힘들어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좋아하기까지 한다. 수학은 원래 힘든 것이고 힘든 만큼 아이에게 뭔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만약 정상적으로 실력이 자라고 있다면 문제집의 권수가 늘어가면서 점차 쉬워져야 한다.
그런데도 계속 아이들이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것은 실력이 자라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중학교 시험에서는 알아차리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중학교의 시험은 소위 말하는 유형도 많지 않고 많이만 공부하면 시험점수가 곧잘 나온다. 문제는 여전히 실력이 늘지 않았다는 것이 한참 후인 고등학교에서야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 문제다.
수학은 쉬워야 잘한다.
난이도가 높은 문제집으로 점차 나아간다면 실력이 자라면서도 계속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직접 학원들의 문제집들을 살펴보기 바란다. 대부분 학원에서 돌리는 문제집은 거의 한결같이 같은 난이도의 문제집을 여러 종류 계속 풀리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처방은 처음부터 중상정도의 난이도를 갖춘 한 개의 문제집을 먼저 반복을 통해 완벽하게 소화시켜야 한다. 완벽하게 소화시키면 동일 난이도의 문제집이 쉬워지게 된다. 이 방법이 시간을 대폭 줄이는 방법은 아니더라도 풀어야 할 문제를 줄이면서도 실력을 높일 수 있다.
▲수학은 개념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개념을 익히는 공부법이 따로 있나.
-많은 사람들이 수학은 사고력이 필요하고 사고력으로 이끌 수 있는 개념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아이들에게 개념을 가르치고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문제들을 유형별로 정리하고 유형을 익히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수학의 목표는 단연코 문제해결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인데 기술적인 접근으로는 도달하기 어렵다.
문제해결력을 위해서 다양한 것들이 필요하지만 단연코 손에 꼽는 것은 깊은 생각이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을 깊이 하는 사고력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깊이 생각하는 것도 단계가 있고 먼저 생각의 출발부터 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출발이 개념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부모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무언가의 변화를 일으키는데 중학교 1학년은 적기다. 학부모들로부터 초등학교 6학년이나 중학교 1학년에서 고등수학을 푼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었다. 처음에는 이때부터 고등수학을 공부해 고등학교에서도 하니 거의 6년을 하는데 그러고도 안 되는 이유를 부모가 억지로 시켜서 안 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직접 아이들을 만나보니 아이들이 열심히 한다는 사실에 충격이었다. 강남학생 85%가 재수를 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었는데 이것도 비로소 이해가 됐다. 하루 여러 시간을 빡세게 6년을 하고도 안 되었다면 소위 본전 생각이 났던 것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하면서 안 되는 이유가 아이들이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들의 탓이라는 결론이 나왔고, 그때부터 진단과 처방을 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개념을 가르치고 그 개념을 자기화해 한권의 문제집을 완벽하게 하고 확장함으로써 아이들이 중학교에서 고등수학을 할 때, 모의고사 1~2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해나가고자 한다.
개념으로 공부하는 것은 당장 중학교에서도 그 빛을 발하지만 궁극적으로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잘하기 위함이다. 개념은 쉬울 때는 별거 아니고 아무 것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개념이 많이 쓰이는 고등학교에서 비록 지금 하찮게 보였던 개념에 막혀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꼴을 보지 않으려면 중학교에서 잡아나가야 한다.
개념으로 공부한다는 것은 생각을 하고 깊은 생각으로 유도하는 과정이기에 지금까지의 습관을 버려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을 이겨내지 못하는 아이들도 종종 생긴다. 학생들의 변화를 일으키기기 가장 좋은 때는 아마도 중1이나 고1인 것 같다. 그런데 고1은 많이 늦어서 적기는 중1이 아닌가 싶다. 중학교에 올라가서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때, 개념으로 올바르게 가르쳐서 생각하는 아이들로 바꾸는 것이 그중 가장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개념으로 가르친 아이들이 변화하고 있으며 아이들의 긍정적 변화야 말로 가르치는 사람의 보람이다.
대담=오희룡 교육문화부장
정리=정성직ㆍ사진 이성희 기자
●조안호 더블리치수학캠프 대표는?
-중앙대 졸업
-전 광고회사 ‘하나로’ 대표
-전 한국이벤트개발원 기획실장
-현 더블리치수학캠프 대표
-출판 및 저서 ‘초등수학 만점공부법’, ‘중학수학 개념사전 92’, ‘고등수학 만점공부법’ 등 총 29권 집필
-주요 강의 분야 공부법ㆍ학습법ㆍ부모와 자녀와의 관계ㆍ초중고 수학 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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