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휼의 세상 거꾸로 보기] 진정한 보수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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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휼의 세상 거꾸로 보기] 진정한 보수적 가치

  • 승인 2017-04-21 00:01
  • 이완순 소설가이완순 소설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시구가 새삼스럽게 귀에 아른거린다.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왕소군의 슬픈 운명과 안타까운 심정을 노래한 시의 한 구절로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뜻이다. 전한 말기 원제(元帝)의 후궁이었던 왕소군이 흉노의 왕비가 되어 고국산천을 떠날 때 슬픔을 달랠 길 없어 말 위에 앉아 비파를 연주하는데 날아가던 기러기가 비파소리를 듣고 왕소군의 미모를 바라보느라 날갯짓을 잊어 떨어졌다고 해서 낙안(落雁)이라 했던 절세의 미인이었다.

확실히 봄은 왔다. 어느 쪽으로든 고개만 돌리면 화사한 꽃들이 웃고 있다. 어리석은 것도 아닌데 모두 계절을 잊고 노랗게, 빨갛게 어우러져 피어 있다. 개나리가 지고 진달래가 피고, 하얀 벚꽃이 만발했는데 이제는 함께 피고 함께 진다. 첫눈이 내리듯 벚꽃이 지는 모습은 아름답기가 천사와 같다.

그러나 봄에 피는 꽃은 향기가 없다. 아름다우면서도 향기로운 꽃은 아주 드물다. 향기가 있는 꽃일수록 화려하지 않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우면서 인성이 좋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국민들이 지금 고민하고 있다. 돈이 많고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에게선 따스함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간악함이 있는 재벌과 권력자는 비록 천민처럼 살지라도 온화한 가슴을 지닌 사람만 못하다. 가인박명이라는 말도 바로 여기에 연유된 것이다. 인성이 좋지 않으면 관계성이 나빠져 자꾸 안 좋은 일이 생긴다.

위대해지려면 봄꽃을 닮아서는 안 된다. 탐욕을 내려놓고 민심을 살피는 현명함을 지니지 못했다면 결코 위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보수진영이 최대 위기에 처했다. 19대 대선은 역사상 처음으로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아니라 진보끼리 경쟁하는 것처럼 언론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하나같이 민심을 현혹하려고 달콤한 선심성 공약으로 치장하고 있다. 기초연금인상과 아동수당 지급 등 복지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연계제 폐지를 지켜낼지가 가장 큰 의문이고, 공황에 가까운 경제위기 상황이라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자금을 어떻게 확보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후보가 없다.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민심을 따라야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오로지 적폐청산이다.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에선 부정부패가 대수롭지 않게 횡행하고 권력의 횡포가 도를 넘어 국민들 모두 적폐에 신물이 났다.

적페청산은 적폐세력을 제거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적폐의 구조를 완벽히 허물고 새롭게 틀을 짜야한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돕느라 노년층의 미래인 국민연금관리공단에 5,000여억 원의 손실을 입혔고, 해방 후 70년이 지났지만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것은 정경유착의 적폐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띠라서 전경련을 해체하고 순환출자를 전면금지하는 법을 제정해 재벌의 횡포를 막아야한다. 상속세에 대한 법을 강화해서 부당한 상속을 막고, 재벌증세로 빈부격차를 줄여 계층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대한민국은 재벌공화국이고 국민은 세계 최장시간 노동,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2006년에서 2015년까지 면세근로자를 제외한 근로소득세 과세자의 임금총액이 80%인상된 반면에 근로소득세 총액은 무려 144%나 증가했다. 근로자의 평균 년봉이 21%인상된 것에 비하면 근로소득세는 75%를 증가해 근로소득세 인상률이 임금 상승률보다 3.6배나 높다. 임금 인상률보다 근로소득세율이 높은 원인은 냉혹한 누진세 효과 때문이다. 실질임금인상분이 아닌 명목임금인상분에 대해 증세했기 때문이다.

보수의 진정한 가치는 나라를 지키고 번영시키는데 있다. 오랜 시간을 통해 발전되어 온, 연속성과 안정성을 답보할 수 있는 전통적인 제도와 관습을 소중히 여겨야한다. 법과 원칙에 충실하고 도덕적으로 깨끗하며 불의에 대항하는 것이 진정한 보수이다. 보수주의는 결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이념이 아니다.

보수를 살릴 수 있는 길은 권력에 빌붙어 이를 챙기며 호가호위 하던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고 깨끗하게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다. 유승민과 홍준표 두 후보 간에 보수적통을 두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지만 아직 적폐청산엔 뚜렷한 답이 없다.

홍준표 후보는 과감한 결단력과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 돌파력,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 남은 8명 중 비박인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후보만 기소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대선자금에 연루된 친박 6명은 빼고 비박인 두 사람에게 덤터기를 씌웠다고 할 수 있다.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갔다면 이제 냉혹해질 필요가 있다. 모래시계의 홍준표로 돌아와서 최근 10년 동안의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여 깨끗하게 척결할 의지를 보여준다면 충분히 민심을 확보할 수 있다. 민주화의 상징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에 들어가 대통령이 된 뒤 과감히 하나회를 없앤 것처럼 19대 대통령이 되어 적폐를 완벽히 청산한다면 홍준표 후보도 진정한 보수의 적자로 영원히 역사에 남을 것이다. 의지만 확고하다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격한 발언을 꺼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결코 가능성이 희박하지 않다. 홍준표 후보는 모래시계에 기대하는 국민들이 많음을 직시하기 바란다.

이완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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