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세월호 참사 3주년, 아픔 그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세월호 참사 3주년, 아픔 그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 승인 2017-04-18 15:52
  • 신문게재 2017-04-19 23면
  • 정영애 선문대학교 교수정영애 선문대학교 교수
▲ 정영애 선문대학교 교수
▲ 정영애 선문대학교 교수
내 지인의 딸아이 생일은 4월 16일이다. 그 지인의 딸은 재작년부터 자신의 생일이 기쁘지만은 않다는 얘기를 한다고 한다. 축복받아야 할 생일에 미안해해야 할 사람들이, 또 생각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겨우 열세 살인 이 여자아이가 텔레비전을 통해서나 본 언니, 오빠들과 선생님에게 숙연한 마음이 들어 생일의 기쁨을 만끽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지인의 얘기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마도 이 아이는 평생 동안 자신의 생일을 세월호 참사와 함께 기억해야 하는 운명을 안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4월 16일. 어떤 이에게는 탄생의 기쁨을 축하하는 날이기도 하고, 또 어떤 이에게는 난파의 참혹함을 기억해야 하는 날이기도 하다. 인재(人災)였던 세월호 참사는 우리 국민 모두의 비통함을 마음에 묻어야하는 일이지만,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슴에 깊이 새겨두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얼마 전 세월호가 인양되는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며 나 자신을 돌이켜 보았다. 삼년이란 긴 세월을 그저 마음으로만 지지해온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 부모들과 가족들만큼은 아니겠지만, 희생된 그들을 위해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감정과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고 생각하였다. 문득 나의 감정과 에너지를 쏟은 그 과정들이 가져온 결과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서적, 감정적 지지가 초기에는 그 가족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대안 없이 그저 흘려온 우리 국민들의 눈물이 우리의 사회에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괴테는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그 실수가 이미 전에 범했던 실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며,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나이가 들어야 한다고 했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연륜과 다양한 경험에 의한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괴테의 지적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크고 작은 사회적 실수는 일어날 수 있다. 다만, 그러한 반복된 실수에서 체득하게 되는 지혜를 결코 헛되이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비단 나 자신만이 떠올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국민 스스로가 이런 그릇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였는가? 혹여 실수를 했다는 것 자체에만 집착해 그 실수의 원인과 분석을 소홀히 한 탓에 결국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았는가?

역사라는 거울에는 세 개의 모습이 비쳐진다.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카(E. H. Carr)는 자신의 저서인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과거, 현재와 미래는 시간의 연속성 즉, 역사성을 가지고 있음을 이해해야만 역사가 주는 그 의미를 비로소 인지할 수 있게 된다. 현재에는 과거가 녹아들어 있고, 미래는 현재를 반영한다. 따라서 과거를 잘 살펴보면 현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변화추이를 잘 살피면 미래를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사마천의 『사기(事記)』에 담긴 지고자경(志古自鏡)이란 말은 역사라는 거울 앞에서 자신을 비추어 더욱 환하게 빛나게 해야 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역사 속에 묻힌 과오를 통해 더 이상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실수도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다면, 그 경험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들이 부단히 이어질 때 지혜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래퍼 치타와 장성환이 부른 ‘옐로우 오션’의 가사가 떠오른다. “그땐 눈 감고 눈 뜰때 숨 쉬는 것도 미안해서/ 난 입을 틀어막고 두 손 모아 기도하길 반복했어/ 단언코 진실도 있었지 인양해야 할 건/ 진실은 이제 조금씩 떠오르고 있어/ 규명이 빠진 진상 그들은 의지가 없고/ 구경하고 다 조작 오보 연기였고/ 그 뒤로 많은 날이 지났지만 오늘도 기억해”

이미 많은 날이 지났고, 앞으로 다가올 많은 날들이 있겠지만, 2015년 4월 16일은 역사 속에 꼭 기억되어 그날과 같은 참사가 다시는 이 땅에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한다.

정영애 선문대학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