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혜리 (유혜리세종무용단 대표) |
‘세월호’라는 이름만 들어도 우리 국민들의 가슴은 먹먹해진다. 이 슬픔을 잊지 않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나도 추모공연에 동참했다. ‘애ㆍ가(愛ㆍ歌)를 주제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잊지 않겠다’라는 다짐을 몸짓으로 보여주기 위해 몇날 며칠을 준비하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의 슬픈 마음을 담을 주제곡을 편곡하면서 참 많이 울었다. 작품에 깊이 몰입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세월호가 주는 슬픔이 깊은 까닭이었다.
4월은 우리 같은 공연예술인들에게는 본격적인 공연시즌이다. 지난주는 세월호 추모공연을 포함하여, 본격적인 공연시즌을 앞두고 단원들과 작품 안무와 연습으로 하루가 어찌 지나갔는지 모르게 보냈다. 어떤 날은 무용단 식구들과 밤 12시가 되도록 공연 연습을 했다. 완성도를 높이려는 내 마음을 아는지 단원들이 너무 열심이다. 나보다 더 열정적인 식구들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다. 요즘처럼 벚꽃이 만개할 때 꽃길을 거닐며 봄을 만끽하고 싶은 맘도 간절하지만, 더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 잠시 접기로 했다.
이렇듯 바쁜 일상이 지속되면 몸과 마음이 지친다. 이럴 때면 나는 가끔 엄마와 짧은 통화로 한다. “나는 왜 매일 이렇게 바빠?”라고 물으면 엄마는 “그렇게 바쁠 수 있다는 게 행복이라는 걸 왜 모르니?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바쁘다는 건 축복이야”라고 하신다. 맞는 말씀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무용을 아무런 걱정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내가 찾는 행복이 아닐까? 물론 이것은 모든 예술인들의 소망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요즘 4차 산업이니 AI(인공지능) 시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단순히 삶만 바뀌는 게 아니라, 모든 시스템이 자동화되고 기술이 발전하여 현재 있는 직업의 절반정도는 10~2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런데 감성에 기초한 예술 관련 직업들은 AI시대에서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 힘들다고 한다. 거기에 무용가, 안무가 등이 상위권의 순위에 올랐다고 하니 내가 선택한 길이 옳았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면서 기대감마저 생긴다.
‘혼신(渾身)’ 얼마 전 나는 인터넷 서핑 중에 국민 MC 유재석씨가 ‘내가 생각하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면 안 돼. 그걸 벗어나서 최선을 다해야지’라고 했다는 글을 봤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솔직히 놀라우면서도 부럽다. 혹시 내가 최선의 한계를 너무 낮게 설정한 것이 아닌지 살짝 반성해본다. 그래서 또다시 마음속으로 되뇐다. ‘꿈과 열정이 있다면 못할게 뭐가 있나’라며 무용가로써 나의 한계를 넘어선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이루리라 소망해 본다.
지난번 칼럼에서 나는 심상사성(心想事成, 마음이 간절히 바라고 원하면 뜻하는 모든 일이 이뤄진다)이라고 했다. 요즘도 나는 내가 어릴 때부터 키워 왔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을 하고 있다. 그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 열정이 너무 커서 때론 고통으로 다가오지만, 그 고통도 감사히 받아들이며 나아 갈 것이다.
유혜리 (유혜리세종무용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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