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호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
이와 같은 문제는 비단 A의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간 총 450억 원 상당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 전국 243개 광역 및 기초 지방의회에서 정도의 차이일 뿐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 위원회가 해마다 실시하고 있는 ‘지방의회 의원 행동강령 이행실태 점검’을 통해서도 수없이 지적되고 전파된 사항이다.
여기에 전ㆍ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이전투구도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의장단 선거를 둘러싼 금품 살포, 나눠먹기, 각종 고소ㆍ고발 등 의정을 파행으로 몰고 가는 모습 속에 주민들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관심은 멀어지면서 ‘지방의회 무용론’이 회자하기도 한다.
이러한 지방의원들의 비리와 일탈이 반영된 지난해 12월 청렴도 평가결과를 보면, 지방의회가 받은 점수 6.01점은 기관 유형별 평가의 최하위 점수에 해당한다. 자치단체(광역 7.18점, 기초 7.67점)와 비교하더라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지역주민은 설문대상 그룹 중 지방의회에 가장 낮은 5.54점을 주고 있다.
다행히 긍정적 신호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래 범죄행위로 사법처리 된 지방의원은 제1대 78명, 제2대 79명 수준에서 제3대 262명, 제4대 293명, 제5대 323명까지 계속해서 늘어 오다가, 2011년 ‘지방의원 행동강령’이 68개의 지방의회에서 처음으로 조례로 도입되어 시행된 제6대에 들어서는 219명으로 감소하였다.
더불어 정책보좌관제 도입, 자치 입법권 확대 및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 등 지방의회의 질적 성장과 본질 회복을 위한 고민과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길게 보아 긍정적이라 하겠다. 물론, 지역발전을 위한 그동안의 헌신과 노력도 그에 맞는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의 이전에 지방의회가 먼저 돌이켜 살펴야 할 일이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잃어버린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주민의 신뢰를 잃는 것은 지방의회가 그 존립 기반을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의 시행으로 인한 공직환경의 변화와 대통령 탄핵결정, 조기대선 등 유례없는 정치상황을 거치면서 ‘청렴’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가치가 되었다. 주민의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지방의원에게는 그 의미가 특별히 더 크다 할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모른 체하거나 미뤄서는 안 된다. 지방의회는 서둘러 주민 앞에 ‘청렴 의지’를 선포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제7대 지방의회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전체의 65%에 이르는 158개 지방의회가 스스로 행동강령 조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행동강령은 일부의 인식처럼 의정 활동을 규제하거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부패예방을 위해 지방의원 스스로 정하는 자율적 규범이다. 이러한 규범을 갖추고 지키는 것은 주민의 대표자로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이는 또한 지방의회의 청렴도 제고를 위해서도 중요한 촉매가 되어줄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전체의 35%에 해당하는 85개 지방의회는 행동강령 조례를 만들지 않고 있다. ‘청렴 의지가 없음을 고백’하는 것에 불과하다.
주민들의 공직자에 대한 청렴에 대한 기대와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어차피 갈 수밖에 없는 길이다. 지방의회가 임명권자인 지역주민의 평가를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하루속히 행동강령 조례를 만들고 엄격히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그것이 주권자인 주민에 대한 예의이자, 청렴한 지방의회를 향한 첫걸음이 되어 줄 것이다.
박경호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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