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티 이미지 뱅크 |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어떤 힘의 크기를 측정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것이 얼마만큼의 저항력을 이겨내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자신에 대한 방어를 저항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알아차리고 이겨내는 것이 중요함을 말했다.
심리검사 교육이 있는 날. 평상시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몸이 많이 피곤했다. 어제 두통이 있어 일찍 잤고, 새벽 4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두통이 가시지 않아서 일찍 깼다. 아침준비를 간단히 마치고 두통약을 먹고 고속도로를 달려 이곳 평택에 있는 대학에 왔다. 오전 교육부터 오후까지 비몽사몽간에 맑지 못한 머리 때문에 힘들었다. 그런데, 나의 모습은 붕 떠 있는 느낌, 실없이 크게 웃고 있는 것이었다.
SCT(문장형완성검사)를 하는 중에 ‘저항’ 이 일어난 것일까. 모든 문항이 나와 상관없이 보였다. 문구도 들어오지 않았다. 강의도중 박사님께서 웃으시면서 “왜 저항하세요?” 하시는 말씀에 모두들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박사님께서는 “솔직하게 말해보세요. 무슨 일 있으셨어요?”하면서 내 얼굴을 바라보셨다.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요. 두통이 있어서 일찍 잤고, 지금까지 그런 상태예요.” 정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진짜인가. 말씀처럼 내가 나를 모르고 있는 걸까? 가족에 대한 태도, 여성, 남성에 대한 태도, 미래, 목표에 대한 태도 등을 추상적으로 기록하였고, 나의 일 같지 않았다. 정말 저항이었구나. 요즘 나의 미래? 나의 능력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서일까? 현실에서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닌데도,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고 있을까? 그것은 현실로 다가온 경제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아니라고 말해도 무엇을 위해 발버둥치고 사는지 모르겠다.
항상 마음에 새기며 사는 하나님의 말씀. ‘복 있는 사람은 악한 사람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고, 죄인들의 길에 들어서지 아니하며, 하나님을 비웃는 거만한 사람들과 자리를 함께 하지 않으며…….’
이 말씀을 되새기며 복 있는 사람이 되리라고 다짐했다. 이 말씀은 어쩌면 나의 소망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무엇 때문에 머리가 아픈가?
KFD(동적가족화)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었다. 나의 그림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최근에 이렇게 가족들과 같이 놀아준 적 있는가? 갑자기 와락 슬픔이 몰려왔다. 그래서, 나의 행동이 평소와 많이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었구나. 마음의 표현은 피할 수 없나보다 했다. 그림에서 다리 전체를 그린 사람은 바로 나 혼자였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엄마는 늘 바뻐.’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마음속에서는 그랬다. 늘 바쁜데, 나는 무엇을 쫒아 가는가. 시간을 견디어 내야하는구나. 가족에게 미안했다. 남편, 아들, 딸.
모든 심리검사는 우선적으로 자신을 들여다봄은 분명하다. 무엇이 왜곡시키는지, 아니면 스스로 왜곡해야만 하는 이유, 무의식의 역동을 그림이나 글을 보면서 알아야만 ‘내 상처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가 되는 것이다.
오늘 나는 나의 저항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들어내고, 어떻게 나를 느끼고, 어떻게 저항을 다루는지 알게 되는 감사한 순간들이었다. 또 다른 나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순간인 것이다.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는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와 김종진 한국지문심리상담진흥원 원장이 격주로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심리’의 창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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