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런던의 의사당 앞에서 3월22일(현지시간) 한 괴한이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 및 흉기를 이용한 테러가 발생해 최소 4명 사망 20여명 부상을 당한 가운데 토비아스 엘우드 영국 외무차관(빨간 동그라미) 이 부상을 당한 경찰에게 심폐 소생술을 시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지난 달 22일 영국에서 발생한 테러. 런던 빅벤 인근에서 한 차량이 사람들을 향해 돌진했고 차에서 내려 무고한 시민들에게 칼을 마구 휘두른 테러범. 갑자스런 테러로 사망자 4명, 부상자 20여 명이 발생했다.
그때 그 자리에 범인의 칼에 쓰러진 경찰을 살리기 위해 응급조치를 하며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영국의 외무차관 토비아스 엘우드가 있었다. 결국 경찰은 살리지 못했지만 그를 향해 전 세계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외쳤다.
토비아스 엘우드는 평소 때도 사회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길가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청소년을 막다가 폭행을 당하기도 하고 남의 집 잔디에 노상방뇨를 하는 청소년을 제지하다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귀족는 의무를 갖는다’라는 뜻의 프랑스어 표현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사회적 지위나 신분이 높은 사람, 즉 가진 자들이 실천해야하는 도덕적 의무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 말뜻을 나타내는 일화가 있어 소개한다.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10년째 되던 1347년.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 프랑스의 칼레시(市)는 결국 영국에게 항복을 선언하게 되는데 영국 왕 에드워드 3세는 칼레시의 시민을 하나도 남기지 말고 모두 죽이라고 명령을 내린다.
▲ 로댕 '칼레의 시민' |
그 때 칼레에서 가장 부자인 ‘생 피에르’는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치겠으니 시민들을 살려달라고 한다. 하지만 에드워드 3세는 1명으로는 부족하고 6명이 목숨을 바친다면 시민들을 살려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시장, 법률가, 귀족 등 고위층들이 줄을 이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데 동참을 했다. 당시 임신 중이던 영국 에드워드 3세의 왕비는 이들의 영웅적 태도를 전해 듣고 감명을 받아 왕에게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자비를 간청했고 왕은 왕비의 청을 받아들여 이들을 석방했다고 한다.
부(富)나 권력이나 명성은 본인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것들이다. 그것들을 이루려면 백성들의 피와 땀이 있어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와 권력, 명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사회에 대한 보답과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책임론이 뒤따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 우리나라에서도 정신교육의 일환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기득권층은 소수를 제외하고 노블레스는 있을지 모르지만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는 거리가 먼 행위를 하고 있다.
오히려 그들은 가지고 있는 부와 권력으로 병역기피, 원정출산, 이중국적 등 자신의 재력과 사회적 위치를 남용하고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
특혜를 누리려고만 하고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지도층. 그 자리는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자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급속히 성장하는 과정에서 성장만 했지 성숙함은 충분히 키우지를 못했다.
총체적 국난을 맞이하여 국민을 통합하고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득권층의 솔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온 국민을 보듬을 수 있는 배려와 나눔의 의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따뜻한 미래를 기대해 본다.
김소영(태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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