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제일인 양
활짝들 피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새삼스레 두 눈으로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고
고운 향기 느낄 수 있어
감격이며
꽃들 가득한 4월의 길목에 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
눈이 짓무르도록
이 봄을 느끼며
가슴 터지도록
이 봄을 즐기며
두 발 부르트도록
(中略)
-이해인의 시인의 ‘4월의 시’ 일부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야말로 오만가지 세상에서 색색의 고운 꽃들과 푸르런 잔디를 어루만지며 산다는 것은 찬란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축복이다. 아름다운 춘사월 호시절 봄날 고운 향기와 푸르런 자연이 가득한 4월의 길목에서 눈이 짓무르도록 이 봄을 느끼며 가슴 터지도록 이 봄을 즐기며 두 발 부르트도록 살아만 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생각해 본다.
몇 일 전 대전칼국수 축제가 열리는 ‘서대전시민공원’을 모처럼 걸을 기회가 있어 천천히 걸으며 잔디와 대화를 가졌다.
“애들아 미안하다. 앞으로 몇 일 간 너희들은 사람의 발과 자동차, 짜디짠 소금물에 많이 아프겠구나?”
“그래요. 몇 일 간 많은 사람들에 의해 우리 잔디들은 밟히고, 뜨거운 국물에 온몸이 데여 죽어나가요! 어쩌면 좋아요?”
“그래 미안하다. 사람들은 너희가 좋다며 어루만지며 즐기다가도 어느 날 입이 즐겁고, 하루가 즐겁자며 너희들을 못살게구나. 미안하다?”
“인간만 생명이 있는 것이 아니어요? 우리도 숨 쉬는 생명이 있는 푸르런 어린 잔디예요? 제발 살려주세요?”
“아, 이를 어쩌면 좋으냐 ……?”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서대전시민광장에서 제3회 대전칼국수 축제가 성황리에 마쳤다. 올해 축제는 지난해보다 2만 명이 더 많은 8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아와 얼큰이, 추어, 팥, 바지락, 사골 등 다양한 칼국수를 시식하고 갔다.
특히 이번에는 칼국수를 주제로 칼국수 골든벨과 칼국수 OX퀴즈, 칼군무 경연대회 등 볼거리와 함께 통밀놀이터, 칼국수 페이스페인팅, 통밀박 터트리기, 나만의 칼국수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열려 많은 관람객들이 볼거리와 느낄거리를 다양하게 식감(識鑑)을 체험을 했다.
이 행사를 주관한 대전광역시 중구 박용갑 청장은 이렇게 말한다.
“춘천하면 막국수, 전주하면 비빔밥이 떠오르듯 대전하면 칼국수가 대표음식으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며 “새로운 프로그램과 스토리텔링을 덧씌워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음식문화축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
가뜩이나 지역경제가 어려운 이때 중구에서 오랫동안 준비한 먹거리 칼국수 축제가 성공적으로 마쳐 시민들이 포만감을 갖는 한편,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다만, 해마다 보는 현상이지만 행사장의 공공질서와 선진의식이 무디어지는 것은 안타깝다. 올해에도 푸르런 잔디가 깔려있는 서대전시시민공원 행사장에 일반승용차가 상당량 버젓히 주차되어 있었다. 이곳은 행사용 발전차량과 보건소 위급차량, 소방용 차량만 제한 출입할 수 있다. 차량 출입시 커브를 틀 때 생기는 파열음은 잔디의 상당부분이 손상을 입는다.
또 각 각의 칼국수 업소에서 칼국수를 먹은 후에 남은 음식믈 찌거기를 놔두면 업소에서 별도의 국물통에 치운다. 그런데 어떤 관람객은 짜고 뜨거운 국물을 잔디에 버리고 있어 잔디의 손상을 입히고 있었다. 잔디나 꽃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짜고 뜨거운 국물이다.
이번 행사로 인하여 상당부분의 잔디와 꽃나무들이 손상을 입었다. 이를 다시 살리고 복원하려면 관계부서에서 보식(補植)과 6개월 정도 물을 주고 가꾸어야 한다.
진정한 지역의 명품 전통축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제는 공공질서 지키기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대전광역시 문화예술도시의 위상에 걸맞게 동반성장을 한다.
여기에 독특한 정인정신과 영혼에 젖은 대전칼국수의 축제의 역사와 전통을 앞세운 데드라인 DNA의 품위(格.Premium)와 넉넉함(豊.Wealth), 그리고 조화(和.Harmony)를 갖춘 명품축제로 자리매김되기를 바란다.
문득 자연을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독일의 위대한 ‘괴에테’ 시인의 어록이 생각난다.
“자연은 농담하지 않는다. 자연은 늘 진실하고 늘 진지하며 늘 엄격하다. 자연은 언제나 옳지만 언제나 잘못과 실수를 범하는 것은 사람이다. 자연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경멸하며 오직 정당하고 순수하며 진실한 사람에게만 자연은 자신의 비밀을 공개한다.”
김우영 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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