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나야. / 곽수인 외 33명 / 난다 / 2015 |
2014년 4월 16일. 너무도 따뜻했고 더없이 평범한 하루를 시작했던 그 날. 나는 아직도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평소와 다름없이 사무실에 출근하고 커피를 마시고 일상적인 업무를 시작하려는 그 순간, 누군가 갑자기 TV를 틀었고 뉴스에서는 세월호 사건이 속보로 방송되고 있었다.
모든 국민들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희생자 없이 전원 구조되기를 기도하며 방송을 지켜보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희생자 304명, 미수습자 9명이라는 엄청난 비극을 남긴 채 세월호는 차디찬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고 온 나라가 슬픔과 절망과 분노에서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다. 진실도 밝혀지지 않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현재 진행형인 상태로 세월호 참사는 3주기를 맞이하게 된다. 여전히 방송에서는 세월호 진실규명을 위한 다양한 특집 방송들이 방영되고 있으며, 책, 영화, 음악 등 세월호와 관련된 많은 콘텐츠들이 시중에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책도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는 안내방송만 믿고 배 안에 남아있다 무참히 희생당한 아이들을 잊지 않기 위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부산물이다.
2017년 3월 23일, 1073일 만에 세월호가 수면 위로 떠오른 날. 드디어 나는 멀리서 바라만 보던 이 책을 손에 들었다. 제목만 봐도 가슴이 먹먹해져 차마 읽을 수가 없었던 책.
‘단원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쓰인 육성 생일시 모음’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이 책은 먼저 떠난 친구들이 하늘에서 자신의 생일날 가족의 곁으로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명의 시인이 한 명의 단원고 학생이 되어 아이의 목소리를 시라는 형식을 빌려 담아낸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 되어야 할 자식의 생일날, 자신보다 먼저 떠난 자식을 가슴에 묻고 떠나보낼 수 없는 부모님의 마음을 어떻게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계속 등장하는 ‘엄마’라는 단어를 볼 때 마다 이제 여섯 살 된 나의 아이가 시시때때로 부르는 ‘엄마, 엄마’가 생각났고, 아이가 불러주는 ‘엄마’ 소리가 얼마나 애틋하고 고마운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먹먹해지는 가슴을 앉고 끝까지 책을 읽으며 마지막으로 꽃처럼 어여쁘던 아이들의 이름을 나지막히 불러본다. 한 명, 한 명, 소중하게. 그리고 나서 아이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다짐하게 된다. 남겨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저 아이들을 잊지 않는 것, 그 것 하나뿐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니 일상에 젖어 서서히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나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가는 면이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왜 나와 아무 관련이 없는 아이들 때문에 가슴 아파하고 이들을 기억해야 하느냐고.
잊지 않는 사람들, 기억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세월호가 인양되고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을 볼 때 세상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을 느끼며,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또 이러한 인재가 반복되지 않도록 세월호 참사와 그 희생자들이 기억되어야 한다는 게 내 이유이다.
엄마와 아빠와 누나와 친구들이 나를 기억해주는 동안 나는 아직 살아 있는 거예요.
기억하는 게 사랑하는 거예요.
기억하는 게 나를 살아 있게 하는 거예요.
그러면 나도 바람으로 다가가고 별빛으로 반짝이며 있을게요.
엄마가 제 가슴에 새겨준 문자처럼 사랑해요 많이많이 사랑해요.
내가 드릴 수 있는 마지막 말
엄마, 아빠, 누나 사랑해요.
<그리운 목소리로 건계가 말하고, 시인 도종환이 받아 적다>
염은경 유성구 평생학습원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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