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정치권의 근로시간 단축논의를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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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정치권의 근로시간 단축논의를 지켜보며

  • 승인 2017-04-11 14:43
  • 신문게재 2017-04-12 22면
  • 박범정(태평양노무법인 대표노무사)박범정(태평양노무법인 대표노무사)
▲ 박범정(태평양노무법인 대표노무사)
▲ 박범정(태평양노무법인 대표노무사)
한때 모 정치인의 ‘저녁이 있는 삶’이란 말이 유행처럼 회자된 적이 있었다. 장시간 근로를 줄이고 직장인들에게 저녁시간을 돌려주어 삶의 질 향상을 꾀하겠다는 의미였다. 이는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직장인들에겐 희망사항에 불과하기도 했다. OECD국가 중에서 최장 근로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그렇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5월 대선과 맞물려서 정치권에서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한창이다. 주요 골자는 현행 주 68시간까지 가능하도록 되어있는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2017년 3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경영계의 반발에 부딪쳐 실패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이상 사업장 법정기준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연장근로는 1주 1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구분하고 있는 현행 법하에서 휴일 근로는 최대 16시간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근로기준법 하에서는 최대 1주 총 68시간의 근로시간이 합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셈이다.

근로시간 단축법안이 통과되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근로자들에게 주말 16시간 근무를 요구할 수 없게 된다. 기업들은 주 52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축소해야 한다. 이렇게 운영하지 않으면 법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 법안이 통과 돼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근로시간을 단축하게 되면 수당의 중복할증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가 토요일을 무급휴일, 일요일을 유급휴일로 정한 경우 휴일에 근무하면 휴일근무이면서 동시에 연장근로에 해당되므로 연장근로가산금(통상임금의 50%)에 휴일근로 가산금(통상임금 50%)을 각각 합친 금액을 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휴일근로에 따른 기업의 수당 지급이 현재보다 최소 두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 기업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늘어나는 주문량을 추가 인력 채용보다는 기존 인력의 연장, 휴일근무로 보전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커지므로 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대기업과 달리 인력난이 심한 중소기업은 현재도 인력이 부족해서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중소기업의 비용만 상승하고 일자리도 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근로자들 입장에서도 임금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에는 찬성하겠지만 기본근로시간에 초과근로시간을 줄여서 초과근로수당을 줄이면 임금총액이 결국 줄어들기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현행 정치권에서의 근로시간 단축논의 핵심 취지는 장시간 근로를 줄여서 심각한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일자리 나누기를 하자는 의미가 있다. 일자리 창출과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자는 방안의 명분이나 취지에는 공감이 간다. 하지만 이를 통해 과연 인력난이 심각한 중소기업에서 추가인력을 채용하고 청년실업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법안은 이를 통해 줄어드는 근로자 임금감소와 기업의 인건비 상승부담 등의 문제를 보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시기를 늦추거나 기업 규모와 업종 특성에 따라 세분화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

박범정(태평양노무법인 대표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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