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선생 김봉두'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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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선생 김봉두'를 꿈꾸다

  • 승인 2017-04-10 11:04
  • 신문게재 2017-04-11 22면
  • 박재관(세천초 교사)박재관(세천초 교사)
▲ 박재관(세천초 교사)
▲ 박재관(세천초 교사)
2003년 처음 교직에 발을 내딛은 시기에 ‘선생 김봉두’가 개봉하였다. 교사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화관으로 발걸음이 향하게 되었다. 영화 줄거리는 이렇다. 대도시에 근무하던 문제 교사 ‘김봉두’는 불미스러운 일로 강원도 오지 마을에 부임하게 된다. 화려한 서울 생활을 뒤로 한 채 억지로 전교생이 5명뿐인 작은 학교에 오게 된 ‘김봉두’는 작은 학교생활에 답답함을 느끼고, 다시 대도시 학교로 가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꾸민다. 하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마을 사람들의 따뜻함에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참교사로 거듭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내 첫 발령지는 경기도의 큰 규모 학교였는데, 이 영화를 보며 농촌학교에 근무해 보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 생겼다. 영화 속 주인공이 아이들과 부대끼며 정들어 가는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져 몇 번 다시 본 기억이 있다. 그 동안 여러 학교로 근무지를 이동하였지만, 아쉽게도 작은 학교에서 근무할 기회는 없었다. 그런데 올해 3월 동구의 작은 학교인 세천초등학교로 발령을 받게 되면서 새로운 학교 생활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가득해졌다.

세천초등학교에 처음 방문하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알록달록 예쁜 학교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또 바로 학교 뒤에 있는 야트막한 산에서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들이 반겨준다. 옥상에는 작은 텃밭이 있어 벌써부터 여름에 펼쳐질 싱그러움이 기대된다.

우리학교는 대전의 몇몇 소규모 학교 중에서도 작은 규모에 속한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총 6학급에 학생 수가 43명밖에 되지 않는다. 학생 수가 4명인 학급부터, 가장 많은 학급이라야 10명이 전부다.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체육과 영어를 담당하며 일주일 정도 생활하니 전교생 이름을 모두 알 수 있을 정도다.

이렇게 작은 규모의 학교이다 보니 도심 속 학교와는 다른 좋은 점이 눈에 띈다. 먼저, 이 곳 아이들은 같은 학년뿐만 아니라 다른 학년과도 서로를 잘 알고 이해하며 모두가 친구로 어울리며 생활하고 있다. 점심시간에 운동장을 바라보면, 여느 도심 학교처럼 붐비지는 않지만 전교생이 모두 나와서 놀이시간을 즐긴다. 여기 저기 아이들이 모여 저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다. 달팽이 놀이를 하는 아이들, 달리기를 하는 아이들, 놀이기구에 올라타 노는 아이들... 따뜻한 봄날 아이들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한 모습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도심의 학교가 아이들 사이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작은 학교에서 생활하는 것의 큰 장점이 바로 아이들 사이의 친밀함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시간에는 한 아이, 한 아이마다 더 많은 관심을 쏟을 수 있어 즐겁다. 특히 영어 수업 시간에는 의사소통 기회가 많아서 좋다. 더 많은 아이들이 발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원어민 선생님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체육 활동 중에도 활동 중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 아이들이 실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줄 수 있다. 물론 학생 수가 너무 적어 매번 학습할 내용을 재구성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아이들이 수업에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함이 느껴진다.

이제 부임한 지 한 달 남짓 지났기에 아직도 좌충우돌 적응 중이다. 수업 준비에 여러 가지 학교 업무를 처리 하다보면 하루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작은 학교에서의 생활이 영화처럼 낭만적이지만은 않지만,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을 보며 유년시절 추억의 한 부분에 남을 수 있는 ‘김봉두’ 같은 교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박재관(세천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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