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톡] 센시티브(sensitive)한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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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톡] 센시티브(sensitive)한 감정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

  • 승인 2017-04-07 00:01
  • 김종진 한국지문심리상담진흥원 원장김종진 한국지문심리상담진흥원 원장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캠프가 열렸다. 이 행사 기간 동안 학부모들이 참가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여학생들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끼를 펼치는 즐거운 행사였다.

행사 중에‘부모님께 보내는 편지’라는 순서가 있었다. 대표 여학생이 읽은 편지는 감동적이었고 몇몇의 아이들은 훌쩍이기도 했다.

그 후 부모님과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여기저기서 이야기보따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용하던 강당이 웅성웅성해지더니 웃음소리가 나는 곳도 있었지만 눈물샘이 터진 곳이 더 많았다.

그때 참여했던 한 어머니가 딸과 함께 상담센터를 방문했다. 딸은 분위기 때문인지 제법 감상적으로 변하더니 그동안 어머니 때문에 쌓였던 것들을 눈물로 털어놓았다.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던 어머니는 남들 앞에서 한 번도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다투면서 잘 울기도 한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울면 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교육했기에 우는 아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집에서는 한 번도 울지 않던 딸이 상담실에 와서 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고시절은 감수성이 예민해서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만 봐도 눈물이 흐르고, 나뭇잎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시기이다.

감수성은 센티멘털sentimental한 감정이라기보다는 센시티브sensitive한 감정이다.

IQ가 높아 학습능력이 높은 사람과 비교해 볼 때 감정지수인 EQ가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 자기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 자기 동기부여 능력과 같이 인간관계 능력이 높게 나타난다.

독자와의 활발한 소통으로 100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하며 ‘트위터계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외수 작가, 그의 저서『감성사전』에 감성사전식 반대말이 있다. 국어사전식 반대말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감성사전식 반대말은 생소하다. 감성사전이라는 것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감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일단 파악만 하면 놀라운 언어감각을 획득할 수 있다.

논리에 의존하면 목구멍의 반대말을 똥구멍이고, 모래의 반대말은 바위이며, 홑이불의 반대말은 솜이불이다. 그러나 감성에 의존하면 목구멍의 반대말은 골프공이고, 모래의 반대말은 솜털이며, 홑이불의 반대말은 대리석이다.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지만 공감이 가는 말이기도 하다.

감성을 풍부하게 한다는 것은 논리에 의존한 단어의 의미보다는 단어가 품고 있는 느낌에 푹 빠져보는 것이다. 초감각적인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풍부한 감성이 얼굴 표정, 몸짓에도 잘 나타난다.

여고생 내담자의 예민하고 민감하며 감상적이고 세심한 센시티브sensitive한 감정을 학생의 어머니가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相談(서로 이야기하는)의 기초 과정이다.

김종진 한국지문심리상담진흥원 원장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는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와 김종진 한국지문심리상담진흥원 원장이 격주로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심리’의 창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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