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은 얼마 전 까지는 단일민족을 자랑스러워하고 자부심을 가졌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사람, 공기, 한우, 환경 어느 것 하나 우리나라의 진면목을 자랑할 전통의 단일자원은 없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인 체류인구는 180만명이라고 한다. 2017년 현재 200만명에 가까운 이른바 다문화가족이 증가하면서 이제는 다문화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싫건 좋건 불어오는 다문화가족 국가시대를 물결 속에서 이제는 제노포비아(Xeno Phobia. 이방인 기피증)를 막고 건강한 다문화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많은 다문화 전문가는 제노포비아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외국인 범죄의 증가를 꼽는다. ‘외국인은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므로 차별해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인 범죄 가운데 보이스피싱과 금융사기 같은 생활형 지능형 범죄가 급증했다. 생활형 범죄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지능범죄 발생건수는 2004년 1660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536건으로 2.7배 정도 증가했다.
경찰대학 부설 치안정책연구소에서는 “보이스피싱, 금융사기 등의 생활형 지능범죄는 소수가 아니라 광범위한 국내인을 대상으로 한다”며 “이런 범죄는 외국인에 대한 적대감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느 중국 동포는 최근 서울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중국으로 돌아가라”며 한국인 동료에게 주먹질을 당했다. 그는 “최근 작업장에서 한국인에게 폭행당했다는 동포가 많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으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반감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인력시장의 경우 노임이 10년째 일당 5만원 수준에 머무르다 보니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만의 표적으로 삼는 일이 많다.
하지만 한국 외국인 근로자지원센터에서는 “기업주를 대상으로 한 어느 설문조사에서 70% 이상이 ‘한국인을 구할 수 없어 외국인을 고용한다’고 대답했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인이 기피하는 3D업종에 근무하며 노동력을 보완해 한국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노포비아를 막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문화에 대한 교육과 외국인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국내 거주 외국인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갈등과 문제점이 나타나는 초기에 관련 대책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
경기 안산시의 ‘외국인 인권조례’가 대표적 모델이다. 안산시는 이 조례에 피부색, 인종, 민족, 언어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상생활 및 공공시설 이용에 차별 및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규정을 넣었다. 또 외국인 고용업체가 이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노력하며 종교활동 등 고유의 문화를 존중토록 하는 내용도 명시되었다.
현재 한국사회에 만연된 다문화가족의 관계를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만약 지금 한국에 와 있는 다문화가족이 전부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전국의 공장 50%가 문을 닫아야 하고, 아기 출산율은 디플레이션(Deflation)현상으로 인류생산이 정지되어 시계가 멈출 것이다.”
또한 국내의 많은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혈안이 되어 있다. 저출산으로 인하여 청년 대학생이 없어 외국인 유학생으로 대학 캠퍼스를 유지한다. 심지어는 지방의 어느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이 없으면 운영이 어렵다고 한다.
지구촌 모든 인류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다문화·다인종 사회에서 화합하고 상생하는 길은 먼저 제노포비아를 극복하는 일이다. 문화의 이해, 인종초월, 종교 갈등을 초월하여 지구촌의 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틀림이 아닌 다름이라는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프레임(Frame)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 양극화 현실을 극복하면서 자유 민주주의를 실천해 간다면 제노포비아 현상은 극복할 것이다.
김우영(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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