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이제는 제노포비아를 버릴 때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문화산책] 이제는 제노포비아를 버릴 때

김우영 작가의 문화산책

  • 승인 2017-03-31 11:03
  • 김우영(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김우영(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
대학 강단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을 만나면서 언제나 맹세하는 다짐이 있다. “이제는 제노포비아를 버릴 때이다!”

5000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은 얼마 전 까지는 단일민족을 자랑스러워하고 자부심을 가졌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사람, 공기, 한우, 환경 어느 것 하나 우리나라의 진면목을 자랑할 전통의 단일자원은 없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인 체류인구는 180만명이라고 한다. 2017년 현재 200만명에 가까운 이른바 다문화가족이 증가하면서 이제는 다문화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싫건 좋건 불어오는 다문화가족 국가시대를 물결 속에서 이제는 제노포비아(Xeno Phobia. 이방인 기피증)를 막고 건강한 다문화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많은 다문화 전문가는 제노포비아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외국인 범죄의 증가를 꼽는다. ‘외국인은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므로 차별해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인 범죄 가운데 보이스피싱과 금융사기 같은 생활형 지능형 범죄가 급증했다. 생활형 범죄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지능범죄 발생건수는 2004년 1660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536건으로 2.7배 정도 증가했다.

경찰대학 부설 치안정책연구소에서는 “보이스피싱, 금융사기 등의 생활형 지능범죄는 소수가 아니라 광범위한 국내인을 대상으로 한다”며 “이런 범죄는 외국인에 대한 적대감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느 중국 동포는 최근 서울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중국으로 돌아가라”며 한국인 동료에게 주먹질을 당했다. 그는 “최근 작업장에서 한국인에게 폭행당했다는 동포가 많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으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반감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인력시장의 경우 노임이 10년째 일당 5만원 수준에 머무르다 보니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만의 표적으로 삼는 일이 많다.

하지만 한국 외국인 근로자지원센터에서는 “기업주를 대상으로 한 어느 설문조사에서 70% 이상이 ‘한국인을 구할 수 없어 외국인을 고용한다’고 대답했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인이 기피하는 3D업종에 근무하며 노동력을 보완해 한국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노포비아를 막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문화에 대한 교육과 외국인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국내 거주 외국인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갈등과 문제점이 나타나는 초기에 관련 대책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


경기 안산시의 ‘외국인 인권조례’가 대표적 모델이다. 안산시는 이 조례에 피부색, 인종, 민족, 언어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상생활 및 공공시설 이용에 차별 및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규정을 넣었다. 또 외국인 고용업체가 이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노력하며 종교활동 등 고유의 문화를 존중토록 하는 내용도 명시되었다.

현재 한국사회에 만연된 다문화가족의 관계를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만약 지금 한국에 와 있는 다문화가족이 전부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전국의 공장 50%가 문을 닫아야 하고, 아기 출산율은 디플레이션(Deflation)현상으로 인류생산이 정지되어 시계가 멈출 것이다.”

또한 국내의 많은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혈안이 되어 있다. 저출산으로 인하여 청년 대학생이 없어 외국인 유학생으로 대학 캠퍼스를 유지한다. 심지어는 지방의 어느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이 없으면 운영이 어렵다고 한다.

지구촌 모든 인류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다문화·다인종 사회에서 화합하고 상생하는 길은 먼저 제노포비아를 극복하는 일이다. 문화의 이해, 인종초월, 종교 갈등을 초월하여 지구촌의 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틀림이 아닌 다름이라는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프레임(Frame)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 양극화 현실을 극복하면서 자유 민주주의를 실천해 간다면 제노포비아 현상은 극복할 것이다.

김우영(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대전교육청 성천초 통폐합 추진… 학부모 동의 난항 우려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