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칼렛 요한슨의 낙하장면. 영화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 스틸 컷 |
2017년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이 베일을 벗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니아일수록 기대를 버리길….
실사영화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원작 애니메이션이 워낙에 매력적이기 때문.
하지만 원작의 어둡고 몽환적인 배경들을 최대한 구현하기 위한 흔적들과, 실사영화로의 변신과정에서 덧입혀진 화려한 액션은 볼거리가 충분했다.
특히 과거와 미래를 버무려낸 도시풍경은 현대적임과 낡은 것들이 뒤섞여 기대이상의 영상미를 만들어 냈다.
공각기동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원작에서 가장 손꼽았던 장면은 역시 영화 초반부 암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건물 옥상에서 낙하 하는 쿠사나기 소령의 모습이다. 이때 마술처럼 몸이 서서히 사라지는 쿠사나기의 모습은 이후 여러 영화들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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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1995 극장판 애니메이션 스틸 이미지, |
스칼렛 요한슨이 메이저 미라(원작 쿠사나기 소령)역을 맡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장 기대했던 장면 역시 이 낙하신이었고 살짝 19금 느낌의 설레임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절대 얼굴과 몸매 때문만은 아니다)
메이저가 전신을 투명하게 만드는 광학미체 수트를 입고 고층 빌딩 옥상에서 떨어질때의 그 황홀함이란… 화려하고 감각적인 도시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그녀의 깊고 쓸쓸한 눈빛, 당신의 낙하 점수는요~ 10점 만점에 10점.
개인적으로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는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아름답지만 냉정한 얼굴뒤 공허함과 따뜻함이 묻어나는 그녀의 내면연기는 인간과 기계사이의 접점을 잘 표현했고 현란한 액션연기 또한 원작 애니메이션과 차별화 된 승부수가 아닐까 싶다.
최대한 스포하지 않는 선에서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작품 중 가장 걸작이라 평가받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 연출 ‘1995년 극장판’과 ‘2017년 실사영화’를 비교해 보기로 한다.
●3분정도의 도시풍경 시퀀스 어디갔니?
▲ 1995 극장판 애니메이션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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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극장판’에서 가장 기억 남는 건 ‘가와이 겐지’ 감독의 음악이다.
특히 ‘Making of Cyborg’는 고어가 되풀이 되는 웅장한 선율에, 일본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OST로 3분정도의 도시풍경 시퀀스 배경음악으로 유명하다.
도시숲 위를 덮은 괴기한 비행기, 거미줄 처럼 엉킨 전선을 매단 유람선은 쓰레기로 가득한 운하위를 떠돌고 있고, 그 유람선위의 쿠사나기는 스쳐가는 건물 카페에 앉아있던 자신과 똑같이 생긴 여자와 눈이 마주친다. 무미건조한 도시에 내리는 비, 노란우산을 쓴채 달려가는 아이들과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만이 인간적이다.
실제 홍콩을 모티브로 했다는 도시풍경은 마지막 목과 팔다리가 없는 마네킨처럼 슬프다.
실사 영화에서는 엔딩크레딧과 함께 가와이 겐지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오마이 갓~ 깜짝 선물인가)
●등장인물의 싱크로율
▲ 영화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1995 극장판 애니메이션 스틸 이미지, |
실사판의 테러리스트 ‘쿠제’는 원작의 ‘인형사’와 많이 다르다. 메이저 미라의 과거와 얽혀있는 설정은 TV판 2기에서 따왔고 뭔가 더 악당같은 설정이 강하다.
‘정보의 바다에서 태어난 생명체’라고 스스로를 규정한 원작의 인형사는 주인공이 새로운 존재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역할에 불과했지만 실사판의 쿠제는 주인공의 인간으로서의 선택을 존중하며 희생한다.
반면 바토, 아라마키, 토구사는 원작과 싱크로율 100%을 자랑한다.
메이저 미라(원작 쿠사나기 소령)를 끝까지 지켜주는 바토, 눈빛으로 말해요 아라마키, 순수한 인간 토구사. 20년만에 그모습 그대로 부활한 그들이 반갑다.
●주제와 엔딩
‘1995년 극장판’의 쿠사나기는 자신이 기계에 깃든 유령 같은 존재 ‘고스트’이거나 복제된 기억에 불과하지 않을까 번민하는데 중점을 둔 반면 실사판은 메이저 미라가 ‘의체화 되기 전의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둔다.
마지막 인간과 기계의 접점에서 새로운 출발을 선언하는 듯한 “이제 어디로 갈까. 네트는 방대하거든”의 명대사가 사라져서 아쉽다. 원작이 던지는 질문에 실사영화는 ‘그래도 인간이고 싶다’는 단순한 답을 내놓는다.
‘기억이 아니라 행동이 존재를 규정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매듭짓는 대목 또한 원작과는 다른 접근방식이다.
당신의 영화로운 주말을 위해…
마니아가 아니라도 동명 애니메이션을 미리 챙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만화와 실사영화중 어떤 것의 손을 들어줄 지는 당신의 취향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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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선 기자 misunyd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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