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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물과 달 그리고 여성을 문학적 관점에서 ‘물’과 관련하여 천착해 보았다.
다음으로는 ‘달과 과 관련하여 물과 특히 여성과 어떤 맥락이 연결되어지고 있는가를 이야기해 보자.
우리의 문학 작품에서 ‘달’과 ‘여성’의 은밀한 관게를 잘 읽을 수 있는 것이 ‘井邑詞’(고려가요)일 것이다. 우선 원문을 현재 우리말에 가깝게 해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井邑詞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 데를 드듸욜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 데 졈그를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일부 특수한 계통의 고교를 제외한 고교의 고전교육을 받은 바 있는 이는 누구나 한 번 쯤은 접해봤을 친근한 우리의 고전 작품이다.
이 설화는 “전주현(정읍은 전주현에 속한다) 사람이 행상을 떠난 후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으므로, 그의 아내가 산에 올라 멀리 남편 있는 곳을 바라보면서, 남편이 밤에 다니다가 해를 입지 않을 까 두려워하고 진흙물에 빠지지 않을 까 두려워하여 노래를 불렀다. 세상에 전하기를 ‘등첨산’에 ‘망부석’이 있다고 전한다”
또한 ‘주제’는 ‘행상나간 남편이 밤길에 무사하기를 바라는 따뜻한 아내의 마음’. 이른바 판에 박은 다식이 따로 없다. 그러나 이해는 간다. 차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시험을 위해서는 통일된 주제가 있어야 하니까.
그리고 이와 같이 남편이 무사하기를 ‘달’을 빌어 노래했는데, 이 ‘달’은 아내의 (1) 따뜻한 마음씨 (2)밝은 마음씨 (3)티없는 순결성을 나타내고 있는 달이라는 것이다. 이 풀이도 그리 트린 견해는 아니다.
그러나 좀 더 다르게 깊이 생각해 보면 딴판의 견해가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도 5일장이 선다. 물론 예전처럼 물건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리고 지금은 ‘밥집, 잠집, 술집’이 따로 있다. 그리고 얼마든지 행상인은 집에 그날 들어올 수 있는 교통 편의가 주어져 핑계거리가 없다.
하지만 井邑詞의 때는 百濟시대 행상인이든 장돌뱅이든 5일장을 도는데 일일이 집에 들렀다가 장엘 갈 수는 없는 처지다. 모든 여건상 그러하다는 거다. 파장이 되면 다음장에 가기 전에 묵어갈 잠집이 필요하다. 그리고 하루조일 피곤을 풀어줄 술이 필요라다 그리고 여에는 당연히 주모나 그에 딸린 여인이 있게 마련이다. 곧 ‘밥집, 술집, 잠집’이 한 곳에서 해결된다. 다음은 독자의 상상에 맡겨 둔다.
태양은 남성을 상징하듯 이 井邑詞의 女 主人公은 자신과 동질성을 지니는 달님에게 비는거다. 오늘의 인공위성처럼, 면경처럼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속속들이 밝혀 주시어 남편이 '즌데‘(주모나 그에 딸린 여인)에 빠지지 않고 오로지 남편만을 기다리는 아내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해 주십사고.
이 井邑詞의 키 워드는<즌데>에 있음을 알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그러나 주지하는 바와 같이 몰인정한 사내놈은 아내에게 돌아오지 아니했다. ‘望夫石’이 그 증거다.
예나 지금이나 조강지처 버리는 놈 치고 잘 되는 놈 못 본 것은 거의 진리에 가깝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때문에 요즘 강간죄도 없어진 마당에 자기 아내가 있음에도 남의 아내를 탐하는 것은 법 이전에 신성한 조상의 매로 엄히 꾸짖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개방된 성문화가 갖는 폐해는 두고 두고 아름다운 우리 겨레의 마음보를 더럽혀 놓을 것임은 분명하다고 여긴다.
어쨌거나 이렇듯 ‘달’과 ‘여성’은 신화적으로나 실생활적으로나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 오묘한 사실이 아닌가 한다.
김선호 전 한밭대 인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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