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주4·3평화공원과 충북 영동 노근리평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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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제주4·3평화공원과 충북 영동 노근리평화공원

군경토벌대 총칼 앞에 인구 10%가 희생됐던 제주 4·3사건의 비극 동족살상의 공포가 전시관서 그대로 느껴지고

  • 승인 2017-03-30 10:23
  • 신문게재 2017-03-31 9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 노근리사건이 발생한 충북 영동군 경부선 쌍굴다리의 총탄자국.
▲ 노근리사건이 발생한 충북 영동군 경부선 쌍굴다리의 총탄자국.


한국전쟁 피란길 오른 양민 무참히 학살됐던 노근리
이념갈등·전쟁 앞에 휴지처럼 가벼웠던 인권 생각케 해


청주국제공항을 떠나 45분만에 도착한 제주도에서 첫 일정을 제주4·3평화공원에서 시작했다.

차를 빌려 제주시청을 지나 30분쯤 달려 야트막한 언덕 같은 오름 풍경에 빠져들때쯤 제주시 봉개동 평화공원에 도착했다.

사방팔방 볼거리인 제주에서 4·3사건 추모시설을 먼저 찾은 것은 평화와 자유를 만끽하기에 앞서 무참히 희생된 제주도민의 상처를 아는 게 순서라고 생각해서다.

제주는 마냥 평화의 섬만은 아니다.

중일전쟁 시기 일제는 제주도를 중국 폭격 징검다리로 활용했고, 태평양전쟁이 발발하자 일본 본토를 지킬 군사요새화했다.

일제는 태평양전쟁에서 필리핀까지 잃은 상황에서 본토 아닌 제주도에서 미국과 마지막 일전을 계획하고 제주섬에 군사력을 집중했다.

▲ 제주4·3 평화기념관 다랑쉬 특별전시실 모습.
▲ 제주4·3 평화기념관 다랑쉬 특별전시실 모습.
제주도민의 노역으로 1931년 만들어진 알뜨르비행장을 비롯해 두꺼운 시멘트 지붕이 얹혀진 비행기 격납고, 셋알오름 고사포진지, 송악산 진지동굴까지 전쟁 군사시설 8개가 현재까지 국가지정 등록문화재로 남아 있다.

지도를 거꾸로 돌려 제주는 동아시아 군사적 충돌에 최전방이며 지금도 평화를 갈망하는 섬이다.

제주4·3사건은 일제시대를 벗어난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 중 가장 비극적 역사다.

평화공원 한쪽에 자리한 평화기념관은 넓은 사발모양으로 안에서는 동굴 입구를 재현한 '역사의 터널'부터 4·3사건을 증언한다.

화산섬 제주에 산재한 천연동굴은 주민들에게 초토화작전을 피하는 천혜의 피신처였고, 관람객이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픈 현대사를 이해하는 첫 단추다.

▲ 제주4·3사건 희생자 이름을 새긴 각명비
▲ 제주4·3사건 희생자 이름을 새긴 각명비
전시관은 비교적 어두운 조명 아래 1947년 3·1절 기념대회서 제주민간인 6명이 경찰의 발포로 사망하는 사건과 도민들의 총파업 저항과정을 설명한다.

그리고 경찰 서북청년회의 테러와 민심악화, 남한만의 단독총선거를 통한 분단위기 앞 1948년 4월 3일 제주 무장봉기를 역사의 흐름 속에 읽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정부가 발간한 진상보고서는 제주4·3사건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해 1948년 4월 3일 소요사태 발생 그리고 1954년 9월까지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이 희생된 사건으로 기록했다.

7년 7개월 동안 3만여명의 제주도민이 희생돼 도민 전체인구의 10% 규모다.

군경토벌대에 의한 초토화작전으로 중산간마을 95%가 불타고 무고한 사람들이 총에, 물에, 죽창에, 불에, 생매장에 사그라졌다.

▲ 제주4·3평화공원과 평화기념관 건물.
▲ 제주4·3평화공원과 평화기념관 건물.
특히 다랑쉬 특별전시관은 1948년 11명의 민간인이 토벌대가 피운 연기에 질식사한 동굴 현장을 발굴당시 그대로 재현했는데 피난생활과 동족살상의 공포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해 여름 알링턴국립묘지 취재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 홀로코스트박물관에서 집단학살에 희생돼 주인 없는 수천 켤레의 신발전시물을 봤을 때 떠오른 국가폭력이 다시금 떠올랐다.

전시관 밖으로 나오면 축구장 3개 크기의 평화공원에 희생자 위령광장과 위령탑, 행방불명인표지석이 편안한 공원의 한 구성체가 되어 있다.

2001년 4·3특별법이 제정돼 진상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통령은 국가권력 의한 잘못에 대해 제주도민과 희생자들에게 공식으로 사과했다.

지금은 매년 4월 3일 정부가 주관하는 추념식이 평화공원에서 거행된다.

제주여행을 마치고 청주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충북 영동군 황간면의 노근리평화공원에 방문했다.

공항에서 운전해 1시간 남짓 거리에 있으며 전쟁 앞에서 휴지처럼 버려졌던 인권이 그대로 노출된 현장이다.

1950년 7월 한국전쟁 초기, 후퇴하던 미군은 노근리 경부선 철도 쌍굴다리 일대에서 전투기를 동원한 기관총 사격과 폭격으로 양민들이 무참히 희생됐다.

경부선 철길을 걸으며 피란길에 오른 마을 주민들은 봇짐을 지닌 채 노근리 부근에 이르렀을 때 정찰기 한 대가 그들의 머리 위를 선회하고 사라진 직후 다시 전투기가 나타나 기총소사가 시작됐다.

1950년 7월 26일 정오부터 시작한 총격은 3박4일 70여시간동안 계속됐다.

지금까지 보존된 쌍굴다리 양쪽 벽면에는 총탄자국이 뚜렷이 남아 있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 노근리평화공원 위령탑.
▲ 노근리평화공원 위령탑.
쌍굴다리는 경부선 영동역과 황간역 사이에 지금도 주민들이 기찻길을 통과하는 길이면서 하늘이 훤히 보이는 얕은 터널이다.

2001년 진상조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2004년 노근리사건 특별법이 제정돼 226명이 희생자로 2240명이 유족으로 결정됐다.

상처의 현장은 이제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을 알리는 공원이 2011년 조성됐다. 노근리평화공원에는 노근리 학살사건의 전모와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 과정을 전시하고 있으며, 죽음의 땅에서 생명과 평화의 땅인 노근리평화공원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제주4·3평화공원과 충북 노근리평화공원은 전쟁과 이념대결이 초래한 인권유린의 현장을 확인하고 평화와 인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몸으로 느끼는 '다크투어'의 새로운 교육장이 되고 있다.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 사이 세 차례에 걸쳐 대전형무소 재소자와 예비검속자 최소 1800여명이 법적 절차 없이 군·경에 집단학살된 동구 산내 희생지만큼은 현재까지 황무지로 남아 있다.

글·사진=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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