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신고 건수 ‘제로’, 일각에선 높은 기준에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경찰 “무분별한 신고를 막으려는 조치”라고 설명
‘청탁금지법 시행 6개월이 지날 동안 대전경찰청에 실명이나 서면 접수된 부정청탁 신고는 단한건도 없었다?’
29일 기자가 직접 청탁금지법 신고 절차를 밟아봤다. 청탁금지법은 일선 지구대와 경찰서, 경찰청에서 모두 신고가 가능하다.
기자는 경찰청 민원실에 들어가 “청탁금지법 혐의 신고를 하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러자 민원 업무를 처리하는 경찰관이 친절하게 다가와 자진 신고와 제삼자 신고 작성이 다르다며 설명하면서 신고서를 줬다.
자진 신고서는 먼저 신고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와 청탁을 제공한 자의 직업과 연락처 등을 기재하도록 돼 있었다. 제삼자 신고서 역시 신고자 개인정보를 써넣은 후, 신고 대상 피신고자 2명을 쓰게 돼 있다. 그리고 나서야 신고 이유와 내용, 반환 여부 어떤 것인지 기재해야 했다.
신고서를 작성 후 자신의 신분을 공개해도 된다는 동의 여부 확인서도 작성해야 했다. 신고자 개인정보와 신고 접수번호, 신분공개 동의 여부 등을 묻는 내용의 확인서다.
증거자료도 제출해야 했다. 기자는 “증거자료는 관련 사진이나 영수증 등 증거자료가 어느 정도 필요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해당 경찰관은 “상황마다 다르므로 이렇다 할 기준은 없다”며 “접수가 완료됐지만, 객관적인 증거자료가 부족하면 수사 진행이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청탁금지법 수사메뉴얼’에 따르면 이 법의 위반행위 신고는 실명을 밝힌 채 서면으로만 가능하다.
112 신고전화로는 접수 자체가 안된다. 청탁금지법이 ‘신고를 하려는 자는 자신의 인적사항과 신고 취지, 이유, 내용을 적고 서명한 문서와 함께 신고 대상 및 증거 등을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 출동도 ‘특정 장소와 시간에 돈을 전달한다’ 등 신뢰성 높은 신고가 들어올 때에 한해 제한적이다. 신고 내용도 형사처벌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엄격한 신고기준이 ‘신고대란’을 걱정했던 법시행 이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실제로 대전에서 이와 관련된 경찰 신고 건수는 ‘제로’였다.
경찰은 이같이 엄격한 신고 기준에 대해 무분별한 신고를 막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무분별한 신고 탓에 식당에 경찰이 들이닥쳐 영업에 피해를 줄 수 있고 이로 인한 경찰 행정력 저하가 다른 문제점을 일으킬 수 있다”며 “신고는 없지만, 법 시행만으로도 청탁에 대한 지역 분위기가 바뀌는 등 효과는 충분한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구창민 기자 kcm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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