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청탁금지법 직접 신고해보니…

  • 사회/교육
  • 사건/사고

[르포]청탁금지법 직접 신고해보니…

  • 승인 2017-03-29 16:43
  • 신문게재 2017-03-30 9면
  • 구창민 기자구창민 기자
신고자 개인정보ㆍ동의서ㆍ객관적 증거자료 등 엄격한 신고 절차

지역 내 신고 건수 ‘제로’, 일각에선 높은 기준에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경찰 “무분별한 신고를 막으려는 조치”라고 설명


‘청탁금지법 시행 6개월이 지날 동안 대전경찰청에 실명이나 서면 접수된 부정청탁 신고는 단한건도 없었다?’

29일 기자가 직접 청탁금지법 신고 절차를 밟아봤다. 청탁금지법은 일선 지구대와 경찰서, 경찰청에서 모두 신고가 가능하다.

기자는 경찰청 민원실에 들어가 “청탁금지법 혐의 신고를 하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러자 민원 업무를 처리하는 경찰관이 친절하게 다가와 자진 신고와 제삼자 신고 작성이 다르다며 설명하면서 신고서를 줬다.

자진 신고서는 먼저 신고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와 청탁을 제공한 자의 직업과 연락처 등을 기재하도록 돼 있었다. 제삼자 신고서 역시 신고자 개인정보를 써넣은 후, 신고 대상 피신고자 2명을 쓰게 돼 있다. 그리고 나서야 신고 이유와 내용, 반환 여부 어떤 것인지 기재해야 했다.

신고서를 작성 후 자신의 신분을 공개해도 된다는 동의 여부 확인서도 작성해야 했다. 신고자 개인정보와 신고 접수번호, 신분공개 동의 여부 등을 묻는 내용의 확인서다.

증거자료도 제출해야 했다. 기자는 “증거자료는 관련 사진이나 영수증 등 증거자료가 어느 정도 필요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해당 경찰관은 “상황마다 다르므로 이렇다 할 기준은 없다”며 “접수가 완료됐지만, 객관적인 증거자료가 부족하면 수사 진행이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청탁금지법 수사메뉴얼’에 따르면 이 법의 위반행위 신고는 실명을 밝힌 채 서면으로만 가능하다.

112 신고전화로는 접수 자체가 안된다. 청탁금지법이 ‘신고를 하려는 자는 자신의 인적사항과 신고 취지, 이유, 내용을 적고 서명한 문서와 함께 신고 대상 및 증거 등을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 출동도 ‘특정 장소와 시간에 돈을 전달한다’ 등 신뢰성 높은 신고가 들어올 때에 한해 제한적이다. 신고 내용도 형사처벌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엄격한 신고기준이 ‘신고대란’을 걱정했던 법시행 이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실제로 대전에서 이와 관련된 경찰 신고 건수는 ‘제로’였다.

경찰은 이같이 엄격한 신고 기준에 대해 무분별한 신고를 막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무분별한 신고 탓에 식당에 경찰이 들이닥쳐 영업에 피해를 줄 수 있고 이로 인한 경찰 행정력 저하가 다른 문제점을 일으킬 수 있다”며 “신고는 없지만, 법 시행만으로도 청탁에 대한 지역 분위기가 바뀌는 등 효과는 충분한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구창민 기자 kcm262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3.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