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다문화]돼지 신발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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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다문화]돼지 신발의 추억

  • 승인 2017-03-28 13:53
  • 신문게재 2017-03-29 12면
  • 세종=문빈 명예기자(중국)세종=문빈 명예기자(중국)
안녕하세요. 저는 2007년 중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문빈입니다. 지금은 조치원에서 사는 3명의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해 답답하고 속상한 일이 많았습니다. 이중 부부 싸움할 때가 제일 답답했습니다. 결혼한 이주여성들은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할 거에요.

그런데 덕분에 재미있는 일도 있었습니다. 특히 결혼식 날 사건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도시 사람들은 결혼식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지만, 제가 살던 시골에선 이웃에 좋은 일이 있으면 동네 사람들이 모여 도와주고 함께 축하도 해줍니다. 제가 결혼하는 날에도 동네 사람들이 축하도 해주고 맛있는 음식도 함께 만들었습니다. 신랑은 결혼 준비로 피곤해서인지, 결혼식을 올리는 몇 시간 전까지 자고 있었습니다. 전 너무 배가 고파 부엌으로 갔습니다. “아가야, 배고프지 빨리 와서 뭐 좀 먹어라. 이따가 결혼식 할 때는 정신 없어서 먹을 시간도 없어.” 저한테 웃으면서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 당시 어머님 말씀이 무슨 뜻인지 몰라 그냥 웃고 말았죠. ‘와! 맛있는 것 진짜 많다’ 잡채, 갈비, 불고기 등등… 그 많은 음식 중에 제일 좋아하는 ‘돼지족발’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말로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날 돼지족발은 진짜 맛있어 보였습니다. 멀리서도 그 구수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으니까요. 저를 유혹하는 것 같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냄새를 쫓아갔습니다. 그러나 먹고 싶던 돼지족발을 바라 볼뿐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남편이 옆에 없어 먼저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부엌 근처만 몇 바퀴씩 돌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다시 부엌으로 갔습니다. 들어서자마자 어디서 많이 보던 사람이 왼손에는 고구마튀김 오른손은 너무나 먹고 싶던 돼지족발을 맛있게 먹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제가 배고파도 참고 계속 기다렸던 신랑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머리에 뚜껑이 열리며 머리카락에 불이 날 것 같았습니다. 신랑에게 실망했습니다. 제가 화가 나서 얼굴까지 빨개졌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신랑은 저한테 물었습니다. 뭐 먹고 싶어? 저는 너무 화가 나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뱃속에선 꼬르륵 소리가 났습니다. ‘저것 한국말이 뭐지? 닭발? 한국말은 왜 이렇게 어려운지 신랑이 다 알면서도 일부러 물어보는 것 같아 얄미웠습니다. ‘흥! 오늘 내 실력을 보여주지. 제가 뭐라고 말했는지 아세요? ‘거기 돼지 신발 좀 줘’ 저의 말이 끝나자마자 방안에 있던 사람들의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너무 창피해 얼굴이 점점 빨개졌습니다. 그날 이후 동네 사람들과 가족들은 돼지족발을 먹을 때마다 이 이야기를 꺼내 한마디씩 한다고 합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 이주 결혼 여성들이 한국말을 잘 못해도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이주여성들이 힘을 힘 냈으면 합니다.

세종=문빈 명예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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