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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구(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
화사한 봄이 찾아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이제 우리는 다름과 차이를 왜 불편한 것으로 인식하는지, 왜 자기와 다른 것은 틀린 것 또는 잘못된 것으로 여기는지 곰곰이 돌이켜보자. 4차 산업혁명과 인터넷 바다에서는 다양한 가치와 생각이 공존하고 소통하는 시대에 살면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름다움, 가운데 두 자를 거꾸로 하면 ‘다름’이다. 다름을 인정해야 비로소 아름다움이 시작된다. 서로 ‘다름의 아름다움’을 인정할 때 비로소 내 마음 속에 평화가 내려앉는다. 나만 잘 살고, 나만 편하고, 내 맘대로 살게 된다면 과연 행복할까. 그렇지 않다. 내 이웃도 잘 살고, 내 이웃도 편하고, 내 이웃과 함께 사는 세상이 평화롭다.
우리는 지역이 다르고 체질이 달라 적응방식이 다르며, 제각기 문화와 종교와 정치 체계가 상이한 공간에서 살고 있다. 서로 다르다는 것 자체는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서로 다름을 틀리다고 생각할 때 우리 사회는 갈등으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토록 많은 갈등 속에서 서로 다투며 살고 있는지 모른다. 정치적으로 진보도 보수도 서로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뿐인데. 그 다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오랜 세월동안 갈등만 켜켜이 쌓여 사회가 전반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름’하면 가장 먼저 다문화가 떠오른다. 어렸을 적에는 우리나라가 오천년 역사에 빛나는 단일민족 국가라고 배웠다. 하지만 지금은 다문화 국가로 변모해 가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경남 김해는 외국인 거주자가 많기로 유명하다. 김해에는 현재 외국인 근로자 만 6천 명, 결혼 이주여성 2천 명 등 외국인 거주자가 만 8천여 명으로 김해시 전체인구의 3%를 차지하고 있다. 2020년에는 전국적으로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노력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기는 하다. 김해 다문화가족 지원센터는 ‘다름의 아름다움, 함께하는 미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펴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차원의 배려와 관심은 부족해 보인다.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서로의 다름을 이야기하는 한 방송 프로그램이 문득 떠오른다. 다름과 차이에 대한 고민을 진솔하게 나눌 수 있는 배경은 다양한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성장했고 다름을 대하는 태도가 보다 성숙해졌기 때문이다. ‘다름의 아름다움’은 언어, 문화, 풍습, 종교 등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할 때 가능하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다름을 인정하는 거다. 너와 나의 차이를 넘어선 곳에 만남의 장이 있다. “우리가 왜 공존해야 하는지” 함께 어울리는 경험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원래 용도가 아닌 것으로 바라볼 때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고, 새로운 시각으로 볼 때 색다른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그리고 서로 사랑의 손길을 내밀 때 평화는 찾아온다. 평화는 질서의 고요함이고, 정의의 결과며 사랑의 결실이다.
같은 것을 다르게 보는 힘은 창의력이다. 반대로 다른 것을 똑같이 보는 힘은 사랑이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창의력은 바닥을 헤매고 사랑은 점점 메말라간다. 직선과 곡선은 다르다. 다르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고 어우러질 때 아름다운 면이 탄생한다.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조절하는 기술, 거기서 아름다움이 나온다. 이제는 서로 ‘다름의 아름다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당신이 틀린 게 아니야, 우리는 서로 다를 뿐이지”
이동구(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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