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의 다음 수순은 소비감소와 경기침체이다. 주민세로 운영되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인구감소는 지자체 통폐합, 나아가 지자체 소멸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인구감소의 위기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일본의 지자체들 사이에서는 이미 인구쟁탈전이 펼쳐지고 있다. 지자체가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이들은 젊은 가족세대를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로 인구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청년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대도시에서 청년캠프를 개최해온 후쿠오카 시는 그러한 노력으로 최근 3년간 128개의 기업을 유치하고, 고용 비율을 2배로 늘렸다. 나가노 현의 시골마을 신코마치는 이주해오는 가족에게 농촌생활과 소득활동이 가능하도록 주택과 농지 등을 주선해준다. 수도권인 나가레마야 시는 맞벌이 양육세대를 위해,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영유아를 시내 역에서 개별 보육원까지 바래다주는 등의 양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양육서비스는 젊은 맞벌이 부부들의 큰 호응을 받았고, 나가레마야는 나가는 인구보다 들어오는 인구가 많은 도시가 되었다. 혼슈 서쪽에 위한 돗토리 현 역시 지역이 ‘소멸’될지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 저출산 극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산간지역 무상보육과 18세 이하 의료비 지원으로 육아 비용 부담을 줄였고, 정시퇴근 문화 정착, 남성 육아휴직 장려, 여성 관리직 비율 높이기 등을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에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일본 지자체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이유, 저출산으로 인한 지방 소멸은 우리 코앞에 닥친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은 향후 30년 이내에 우리나라의 228개 시ㆍ군ㆍ구 중 84곳(37%), 3482개 읍ㆍ면ㆍ동 중 1383곳(40%)이 소멸할 것으로 전망했다. 광역단체 중에서는 전라남도가 머지않아 인구소멸 단계로 진입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면 지자체 조직과 공무원 정원이 축소되고 정부 지원금까지 줄어든다. 그러다보니 위기에 닥친 지자체들은 인구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출산 양육비와 난임부부 의료비 지원은 기본이고 귀농, 귀촌 등 이주 주민 지원, 청춘 남녀를 위한 만남의 장 마련 등 갖가지 아이디어들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저출산은 단기간의 이벤트나 아이디어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인구감소의 본질을 파악하고 정부와 기업, 민간이 함께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이란 무엇일까. 일하는 만큼 소득이 보장되고, 일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사회이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 재택 근무와 유연근무가 활성화되고 육아휴직이 당연한 사회이다. 직장 내에서 남녀가 평등하며 아동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 사회이다. 일본 아베정부는 인구 1억을 유지하기 위해 2025년까지 출산율을 현재 1.4명에서 1.8명으로 늘리기 위한 ‘일억 총활약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정부는 보육 여건 개선,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한 비정규직 노동 3법 개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에 따라, 미취학 아이들을 위한 보육시설을 확대하고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상환이 필요없는 장학금도 검토중이다. 또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을 없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을 도입, 현재 40%에 이르는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차이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세금을 낼 국민이 줄어들고, 생산한 상품을 구입할 소비자가 줄어드는 것이다. 기업과 정부가 인구절벽에 대한 위기의식을 깨닫고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
박윤옥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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