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애의 미술읽기] 승리를 가져다주는 지혜 - 보티첼리 <팔라스와 켄타우로스>

  • 문화
  • 문화 일반

[정경애의 미술읽기] 승리를 가져다주는 지혜 - 보티첼리 <팔라스와 켄타우로스>

2. 후원자와 예술가 (2)

  • 승인 2017-03-24 00:02
  • 정경애 보다아트센터관장정경애 보다아트센터관장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탄생과 발전의 중심지로 이미 14세기에 시민들의 왕국으로 불릴 정도로 무역과 금융이 발달된 도시였다. 15세기에 들어서면 정치, 경제, 문화의 토양을 다 갖춘 유럽 최고의 도시가 되었다. 이러한 피렌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다스리는 가문이 그 유명한 대부호 메디치가였다.

막강한 권력과 엄청난 재력 거기다 로마의 정치적 후광까지 입고 승승장구하는 메디치 가문은 경쟁가문의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았음은 상상하고도 남는다. 그 중에서도 유독 도끼눈을 하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째려보던 가문이 바로 파치(Pazzi)가문이었다.
1478년, 파치가는 교황 식스투스 4세(Sixtus IV)와 짜고 메디치 가문의 수장들을 암살할 계획을 세웠다. 암살의 목표는 메디치가의 젊은 수장 로렌초였다. 거사의 순간이 다가왔다. 로초렌가 메디치가의 가족성당인 산 로렌초 성당에서 부활절미사를 보는 중에 뒤에서 칼로 찔렸다. 그 순간, 민첩한 로렌초는 귀 밑에 약간의 상처만 입은 채 성물보관소로 몸을 피했으나, 전날 잔뜩 술을 마신 동생 줄리아노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열아홉 곳에 깊은 칼자국을 남긴 채 현장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이 사건이 그 유명한 ‘파치가의 음모’사건이다.

엎친데 덮친격일까? 암살의 위기를 모면한 로렌초가 채 숨을 고르기도 전에 교황 식스투스 4세의 보복정치가 시작이 되었다. 교황은 이탈리아의 패권을 노리던 나폴리 왕국의 국왕 페란테(Ferrante)를 원격 조정하여 피렌체에 전쟁을 선포하게 한 것이다.

전쟁이 임박해 오자 피렌체 시민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전대미문의 위기에 몰린 로렌초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을 제시해야했다. 우선 시민을 향한 진심어린 연설로 피렌체 시민의 불안감을 잠재웠다. 그리고는 혈혈단신 홀로 피렌체를 떠나 피사 부근에서 갤리선을 타고 나폴리로 향했다. 나폴리 왕이자 적장 페란테를 직접 만난 로렌초는 3개월을 머무면서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에서 나오는 달변과 문화적 소양으로 페란테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로렌초의 승리, 나폴리 왕국과 피렌체 공국의 화친은 물론 교황과도 화해를 했다. 로첸초는 피렌체와 메디치 가문의 위기를 1년 만에 완전히 극복하고 금의환향한 한 것이다. 위대한자 로렌초(Il Magnifico)임에 틀림없는 지혜와 위엄을 갖춘 메디치가의 진정한 오너였다 하겠다.

▲ 산드로 보티첼리 <팔라스와 켄타우로스> 1482년, 204x147.5 cm, 우피치 미술관
▲ 산드로 보티첼리 <팔라스와 켄타우로스> 1482년, 204x147.5 cm, 우피치 미술관

<비너스의 탄생> <프리마베라> 등으로 지금도 사랑을 받고 있는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5~1510)는 메디치가의 지원을 누구보다도 많이 받은 대표적인‘메디치 맨’이다. 그 은혜에 보답을 하기 위해서일까, 보티첼리는 <팔라스와 켄타우로스>에 불굴의 용기와 지략으로 피렌체를 구한 로렌초의 업적과 메디치가에 대한 극도의 존경을 우의적으로 담아내었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동물적 본능을 상징하는 반인반마의 괴물 켄타우로스(Centauros)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지혜와 승리의 여신 팔라스(Pallas)다. 힘깨나 쓸 것 같은데 어찌된 일인지 잔뜩 겁을 집어 먹고 슬픈 표정을 한 그는 팔라스의 의지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긴 듯 무기력한 모습이다.

도끼 모양의 창을 든 팔라스(처녀를 의미)는 같은 전쟁의 신인 아레스와는 달리 이성과 합리성으로 무력을 제압한 전쟁의 신 아테나(Athena)다. 아테네 시의 수호신인 팔라스는 이 그림에서는 로렌초로 변신했는데, 그녀가 입고 있는 화려한 옷에 메디치 가문이 사용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새겨 노골적으로 팔라스가 메디치 가문의 아들 로렌초임을 말하고 있다.

자신이 관장하는 석조로 된 신전으로 들어가려는 반인반마 켄타우로스를 머리와 몸에 월계수를 두른 팔라스가 간단히 제압하는 모습은 로렌초의 승리가 무력보다는 지혜와 인문학의 소양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준다.

정경애 보다아트센터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2.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1. 유성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장관상 수상 쾌거
  2. 대전소방본부 나누리동호회 사랑나눔 '훈훈'
  3. 대전 중구, 민관 합동 아동학대예방 거리캠페인
  4.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목 잡아라... 업계 케이크 예약판매 돌입
  5. [한성일이 만난 사람]정상신 대전성모여고 총동문회장

헤드라인 뉴스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시와 국가보훈부가 업무협약을 통해 호국보훈파크 조성에 본격 나선다. 양 기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 보훈터에서 보훈복합문화관 조성과 보훈문화 확산이라는 공동의 비전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번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주요 협약 내용으로 대전시는 보훈복합문화관 부지 조성, 지방비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국가보훈부는 보훈복합문화관 조성 국비와 보훈문화 콘텐츠 등을 지원해 보훈의 가치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간 마련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이번 협약..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쌀쌀한 날씨가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10월 상담은 5만 2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 4만 4272건보다 13.6% 늘어난 수치다. 이중 소비자 상담이 가장 많이 늘어난 건 전기매트류로, 9월 22건에서 10월 202건으로 무려 818.2%나 급증했다. 올해 겨울이 극심한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겨울 준비에 나선 소비자들이 전기매트류를..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가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두고 이례적 극찾을 하고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공무원노동조합은 25일 '진짜 확 달라진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논평을 내고 2024년 행감 중간평가를 했다. 노조는 논평을 통해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평가하며, "도민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며 과거 과도한 자료 요구와 감사 목적 이외 불필요한 자료 요구, 고성과 폭언을 동반한 고압적인 자세 등 구태와 관행을 벗어나려 노력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충남노조는 "사실 제12대 도의회는 초선 의원이 많..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