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씽나인'의 연쇄살인범 최태준 "시청률 고전했지만 '인생 캐릭터' 만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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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씽나인'의 연쇄살인범 최태준 "시청률 고전했지만 '인생 캐릭터' 만났죠"

  • 승인 2017-03-22 11:14
  • 신문게재 2017-03-23 13면
최태호의 '살인인기'라 지적 받기도
정말 그렇게 많이 죽일 줄은 몰랐죠
작품속 태호, 지금 뉘우치고 있을 것
제주서 촬영하며 팀워크 돈독해져
종영하고 나니 보고싶은 '미씽 나인'



뚜렷한 이미지가 있는 연예인들은 '자가복제'나 '식상함' 때문에 그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지만, 그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은 아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는 것이다. 빛을 받고 싶어하는 이들이 매일 쏟아지는 가운데, 대중에게 '각인'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배우 최태준 역시 그동안에는 대표작이나 캐릭터가 딱 떠오르지 않는 다소 흐릿한 배우였다. 그러나 그는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미씽나인'에서 가장 잔혹한 연쇄살인범 최태호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뒤로 갈수록 개연성 부족한 전개로 드라마는 산으로 갔고, 시청률도 경쟁작 KBS2 '김과장'에 밀려 고전했지만 최태준은 적어도 '미씽나인'으로 자신의 대표 캐릭터를 얻었다.

21일 오후 1시,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최태준을 만났다. 전날부터 수 시간 계속되는 인터뷰 때문에 지칠 법한데도 밝은 얼굴이었다. 점심때가 지난 시간, 질문 공백이 있을 때를 틈타 때우듯 식사를 하면서도 조금의 짜증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인터뷰 내내 그는 '미씽나인'이 가져다 준 여러 가지 것들에 고마움을 표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꿈이었고 이제 밥벌이가 된 '연기'에 대한 깊은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 최태준이 '미씽나인' 엔딩 해명한 사연

'미씽나인'은 지난 9일 종영했다. 드라마와 이별한 지 2주가 다 되어가는데도 잘 실감이 나지 않았다는 최태준은 종영 인터뷰를 하면서야 비로소 끝났다는 것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그는 “'미씽나인'이 정말 보고 싶은 9명이 돼 버렸다. 작품 끝날 때마다 아쉽지만 제주도에서 오래 같이 생활하고, 다 같이 나온 장면이 많아서 그런지 유독 아쉽더라. 제게는 너무 좋은 작품이었다. 배우 인생 스스로도 많은 걸 얻었고 좋은 동료를 만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씽나인의 최태호는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떨어진 이후, 자신의 생존을 위해, 혹은 자신의 죄를 감추기 위해 계속해서 사람을 죽이는 인물이다. 그간 최태준이 맡았던 역할과는 정확히 반대편에 있는 캐릭터였다. “착하거나 어떻게 보면 답답할 수 있고 우유부단한 성격”을 주로 연기했던 그에게, 극중에서 갈등을 일으키면서 미움을 독차지한다는 배역은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기회였다.

“태호란 인물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까 가장 약자이지 않나. 싶더라. 저지르지도 않았던 죄를 감추기 위해서 더 큰 죄를 일삼고 처절하게 살아남으려고 하는데, 남은 게 없고 본인 인생을 파멸로 이끌어 가지 않나. 가장 안타까운 인물이라는 생각을 했다. 살인은 어떤 대단한 이유를 갖다붙여도 허용되지 않는 것이지 않나. (어려운 캐릭터라) 난관에 부딪치기도 하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과 동료 배우 분들이 너무 많이 도움을 주셨다. 난관을 넘어가면서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고, 재밌었다.”

최태호가 극중에서 살인을 저지르면서 극이 이어졌기에,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는 '미씽나인' 부제가 '최태호의 살인일기'가 아니냐는 따끔한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그도 최태호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최태준은 “이렇게 (많이) 죽이고 할 줄은 몰랐다. 다만 살인이라는 큰 죄를 저지를 때마다 감정의 차이를 주고 싶은 욕심은 있었다. 매번 같은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 각각 다른 관계 속에서 벌어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씽나인'은 또한 다소 뜬금없는 엔딩으로 종영 당시에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비행기 조난 사건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최태호가 피해자들과 함께 페인트칠을 하는 모습은, '권선징악'과 동떨어질 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공감하기 힘든 씬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결말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 결말에 대해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실질적인 결말은 재판장에서 유죄를 받고 들어가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페인트칠하는 장면을 잘 보면 경찰도 뒤에 있다. 죄를 안 받은 게 아니다. 그 죄를 결코 용서받지 않은 상황이다. '귀휴'(근무나 복역 중인 사람이 집으로 돌아와 쉼)라고 해서 24시간 동안 외출하는 게 있는데 동료들에게 사죄받기 위해 귀휴를 통해 그들을 만나러 간 것이다. 용서를 받기 위해 손을 뻗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인터뷰하게 되면 꼭 얘기하고 싶었다. 아마 태호는 지금도 무기징역을 받고 죄를 뉘우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



◇즐겁고 행복했던 촬영장, 소중한 동료들을 남기다

'미씽나인'은 시청률 면에서는 결코 좋은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시청률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촬영했다는 것이 최태준의 설명이다.

그는 “감독, 배우 분들이 시청률 욕심보다는 '남들이 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에 도전하자, 파이팅하자'는 입장이어서 시청률에 분위기가 좌지우지되지 않았고 너무 즐겁게 행복하게 촬영했다”며 “시청률은 부족했지만 화제성만큼은 좋은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다.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신나는 촬영장'은 과장이 아니었다. 촬영하기 전으로 돌아가도 다시 '미씽나인'을 찍겠느냐는 질문에 “무조건”이라는 답이 바로 튀어나올 만큼 애정이 깊었다.

'무인도 조난기'라는 배경 때문에 제주도에서 촬영했던 '미씽나인'은 날씨 때문에 그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마지막 방송 당일 오후 4시까지 촬영에 매달린 이유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날씨는 출연진, 제작진에게 '쉬어가는 시간'이기도 했고, '날씨가 만들어 준 친목의 자리'에서 '미씽나인' 팀은 가까워져 갔다.

그는 '좋은 스태프, 좋은 동료, 좋은 배우' 등의 표현으로 몇 번이나 '미씽나인'에서 만난 인연들을 언급했다. 최근 그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을 보면 대개 '미씽나인' 팀의 모습이 담겨 있을 정도로 애정이 남달랐다.

악역임에도 연기 부문에서 호평을 받았던 것 역시 동료들의 공으로 돌렸다.

“배우한테 있어서 가장 좋은 칭찬은 연기 부분에 대한 칭찬 같다. (지금까지) 그런 칭찬을 받아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너무 감개무량하고 감사한 일이다. 대본 볼 때마다 그냥 미움만 사고, 악행만 저지르는 인물만 되고 싶지 않았다. 연민이 가고, 저 사람이 눈물흘렸을 때 같이 마음 아파할 수 있는 배역이 되길 바랐다. 이걸 저 스스로 만든 건 아니고 감독님도 도와주셨고 같이 연기했던 배우 분들께 너무 많이 도움받아서 칭찬을 받았던 것 같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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