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섭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
그런데 한나절 만에 모든 학생이 방향 전환을 하는 반이 있다. 심지어 이틀째엔 고급 기술 강습에 들어간다. 담당 강사에게 어떻게 가르친 건가 물었다. 대답이 엉뚱하다. “다들 왼쪽 다리에 힘을 주라고 가르치시잖아요? 그런데 반대로, 그냥 타다가 오른쪽 다리를 들어보게 했어요. 오른쪽 다리를 들려면 어쩔 수 없이 왼쪽 다리로 버텨야 하니 거기에 힘이 들어가겠죠.” 관점을 달리하니 성과도 달라진다.
#탁월함은 ‘다름’을 지향하는 교육에서
도깨비? 갑자기 등장한 맥락 모를 드라마 제목이었다. ‘장르가 뭐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판타지 로맨스였다. 우리나라 전래동화가 모티브다. 신부를 기다리며 900년을 죽지 않고 기다리는 도깨비라. 심지어 저승사자가 친구다. 상상 초월에 저게 말이 되나 싶었지만, 보다가 중독됐다. 기존 예상을 뛰어넘은 전혀 새로운 분야였다. 블루 오션(blue ocean)이다. ‘누가 더 다른가?’ 평온한 푸른 바다에서의 기준은 누가 다른가를 묻는다. 우리는 이를 일류라 부른다.
미래를 대비할 인재의 핵심역량은 다름(different)이다. 다름은 차별화를 의미한다. 차별화는 유일함(the only one)을 뜻한다. ‘비교우위’가 아닌 ‘비교불필요’를 지향한다. 경쟁에서의 비교우위 노력은 언제나 한 방향으로의 무한 경쟁을 강요받는다. 정형화다. 하지만, 유일한 사람은 360도 어느 방향으로 뛰어도 언제나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다. 틀이 없고 따라서 제약도 없기 때문이다. 상상이 가능해진다. 그 상상은 혁신으로 이어진다. 드라마 도깨비는 이런 상상의 선물이다.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이다.
#왜 ‘다름’을 추구하는 교육이 필요한가?
경쟁상대와의 비교우위가 아닌 유일한 것의 차별성만이 살아남을 시대가 오기 때문이다. 유한한 자원과 좁은 땅을 지닌 지구에서 지식자원과 하이테크 토양이 융합되어 무한공간의 디지털 지구를 만들어갈 그런 시대다. 바로, 4차 산업혁명시대다. 지금 없는 것을 만들어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 갖가지 제약이 오히려 창의성을 발휘하게 만들어야 하는 시대. 남들이 다 가본 길이 아닌,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할 시대. 모든 것이 변하는 그런 시대. 우리들의 자식들은 현재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직장에서 일하는 시대를 살아갈 것이다. 달라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이미 아는 일을 다시 해본들 세상은 1에서 n이 될 뿐이다. 하지만, 다른 질문을 던져 새로운 것을 창조하면 세상은 0에서 1이 된다. ‘혁신’이다.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 사업가이자 벤처캐피탈 투자자인 피터 틸(Peter Thiel)의 말이다.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지는 않는다.” 변하지 않는 것이 없을 미래를 대비하려면 다르게 질문하고 생각해야 한다. 다름을 추구하는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다른 교육은 어떤 교육일까?
아이들에게 하면 재미있고 가슴 뛰는 것을 찾도록 해주자. 이미 정해진 그 무엇에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원하는 것을 할 기회를 제공하자.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며 자신이 좋아서 하려는 일이 반복 훈련으로 탁월함으로 이어지게 도와주자. 그 한 가지를 위해 다른 일을 포기하도록 해주자. 다른 모든 일을 쉬워지게 하거나 필요 없게 만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내 인생의 단 한 가지를 학생들이 찾을 수 있는 교육현장을 만들자.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자각하고 부담 없이 ‘달라지도록’ 해주자. 아직 늦지 않았다.
아무리 나라 안팎이 어지럽고 목전의 대선 후보 중 누구 하나 거론조차 않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미래를 대비해 교육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네 교육은 입시를 언급하는 순간 모든 논쟁마저 중단되고 만다. 주입, 암기교육만 시키는 도입 25년째의 수능도 재검토해 볼 일이다. 이도 저도 아니면 아쉬운 대로 토론, 프로젝트 수업, 서술형 답변 방식이라도 활성화해서 미래사회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학생들 생각의 유연성과 근력을 키워주도록 해야 한다. 경쟁이 아니라 유일함을 추구하는 가운데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할 때다. 정말이지 아직도 늦지 않았다.
이창섭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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