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경(대전용운초 교사) |
교사들에게 3월은 새롭게 만나는 아이들, 새롭게 시작되는 업무로 인해 설레임 반, 기대감 반으로 새 학년이 시작되곤 한다. 개인적으로 지난 2년 동안은 학교에서 교무부장이라는 업무를 맡아 정신없이 보낸 기간이었고, 올해는 그 정신없이 보냈던 교무부장 업무와 체육 교과전담교사의 마지막 해이기도 하다.
평소에 체육이라는 교과 자체를 좋아했고, 스스로의 운동 신경에도 제법 자신감을 갖고 있던 혼자만의 편견에 빠져 있던 필자에게 체육이 다른 교과보다 쉽게 다가온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게 쉽게 생각하였던 체육 수업, 아무런 교재 준비와 수업 연구도 없이 들어간 수업 시간이 얼마나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는지를 절실하게 깨닫게 된 것은 순식간이었다. 누구나 쉽게 할 것 같아 보이는 간단한 체조 동작에서 동작을 반대로 한다거나, 순서를 엇갈려서 진행한다거나, 아이들의 눈높이는커녕 교사의 주관적 눈높이에만 맞춰 수업을 진행한다거나, 왜 아이들이 못 따라오는지를 모르고 계속 진도만 나간다던지 등 수많은 시행착오가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체육 교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배움을 연수를 통해 꾸준히 배우기보다는 ‘괜찮아, 바빠서, 바쁘니까’라는 핑계가 스스로에 대한 합리화로 바뀌어가면서 체육 시간만을 기대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늘어가기만 했다.
이러한 합리화에 빠져 체육 수업을 할 때쯤, 대전교육청에서 제공하는 체육 교과전담교사가 반드시 이수해야하는 원격 연수를 듣고는 체육 교과에 대한 생각이 운동 능력 지도에서 다양한 게임을 접목하여 즐겁고 행복한 체육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바뀌게 됐다.
체육 연수를 통해 배운 내용은 다음날 체육 시간을 통해 바로 바로 적용이 됐고, 어느새 아이들의 눈빛에서는 체육 시간을 기대하고 점점 즐거워하는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필자 또한 미지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조금씩이나마 체육 수업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요즘에는 정리 체조를 하고 매 수업이 끝나기 1분 전에 “다음 시간에는 이런 게임을 통해 체육 수업을 하겠습니다” 라는 이야기로 수업을 마무리 하면, 아이들의 눈에서는 기대감이 엿보이곤 한다.
또한 다음 날 학교에서 “선생님 오늘 체육 시간에 이 게임 하는 거 맞죠? 그렇죠?” 하면서 나를 졸졸졸 따라다니는 아이들도 제법 생기곤 한다.
앞으로도 주어진 환경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웃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체육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변화는 스스로의 마음에서부터 라는 생각을 항상 마음속에 담아두고 생활하려고 한다.
오늘도 나를 만나는 아이들에게 적어도 부끄럽거나 후회스러운 한 시간의 수업을 하기 보다는 아이들과 웃으며 대화하고, 즐겁게 게임과 운동하며 행복한 마음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호루라기를 불어본다. 그리고 마음속에 혼자 속삭여본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체육선생님들, 그 어려운 체육 수업 하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시고 존경합니다.’
박근경(대전용운초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