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내 우수한 연구 성과자 정년 평생 보장, 무능력자 퇴출
‘출연연 우수연구원 정년연장에 관한 정책토론회’ 16일에 열리기도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소속 연구원의 정년은 61세다. IMF 외환위기 당시 정년 65세에서 61세로 감축된 후, 출연연 연구원 정년 환원 문제는 풀리지 않는 숙제로 자리 잡았다. 이후 과학기술계 출연연 25곳을 관리ㆍ지원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2012년부터 ‘우수연구원 정년연장제도’를 도입해 정규직 연구원의 10% 범위 내에서 우수연구원을 선발하고 있다. 그 결과, 작년 말 기준 기관 18곳에서 255명이 정년연장 기회를 받고 있다. 도입한 후에도 연구성과 중심으로 선발기준을 개선하고, 우수인력 유출 방지하며 사기 진작을 위한 선발 규모도 늘려야 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6일 국회에서는 과학기술정책 관계자들이 모여 이 같은 논의를 하고자 ‘출연연 우수연구원 정년연장에 관한 정책토론회’가 마련됐다.
▲우수 연구인력의 정년 연장은 곧 국가 과학기술의 경쟁력=출연연이 중장기적인 연구를 진행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곧 국가과학기술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려면 꾸준히 정년을 넘겨서도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최근 4년간 출연연에서 이직한 연구원의 절반은 대학으로 떠났다. 이유는 신분이 불안정하고 정년이 짧다는 이유에서였다. 세계적인 성과를 낸 출연연 내 연구원을 한 대학이 70세까지의 정년을 보장하며 이직을 권유한 사례도 있었다. 현 출연연에선 전혀 불가능한 제도다. 정순용 한국화학연구원 부원장은 토론회에서 “출연연 혁신안에서 나왔듯 앞으로 10년 이상 중장기연구를 통해 미래 프런티어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우수연구자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부원장은 노벨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정부원장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30∼40대에 연구 주제를 잡고 20년간 몰입해 연구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출연연도 정년에 얽매이지 않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연연 연구원 ‘개인’도 중요하지만 ‘조직’은 더욱 중요=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지난해 발간한 ‘과학기술인력의 정년에 대한 이슈와 정책방안’에 따르면 “출연연의 정년 연장 추진 과정에서 젊은 세대의 반대가 주요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명시돼 있다. 즉, 고령 연구자들이 조직 차원에서 적절히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모든 문제를 연구팀 내에서 대응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젊은 연구자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훨씬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직 고령화가 신진 연구자를 비롯해 젊은 연구자의 업무를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엄미정 STEPI 전력기획실장은 토론회에서 ‘과학기술인력의 정년관련 이슈 및 정책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엄 실장도 연구원 개인은 물론 조직과 국가적 관점도 함께 강조했다. 엄 실장은 “우수연구원 제도는 국가적 관점과 연구생산성 관점에서 검토가 돼야한다”면서 “우수연구원을 뽑으라고 해서 뽑아주는 것이 아닌 그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연연은 조직적으로 연구하고 성과를 내는 조직인 만큼 어떤 사람을 뽑아서 활용할지 제대로 고민하고 선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엄 실장은 “2015년 신진연구자 문제를 다루며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한 결과 연구비 부족과 시간부족, 행정원 부족 등이 가장 크게 나타났으나 사실 그 밑에는 진짜 연구할 선임연구원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정년연장은 세대 간 관점의 차이도 큰 만큼 이 부분도 정년연장을 고려할 때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년연장을 포함한 연구 환경의 질적 개선이 필요=박한준 조세재정연구원 팀장은 토론회에서 “산업계 인재와 달리 출연연 인재들의 퍼포먼스 발휘시기가 약 10년 차이가 나는 만큼 우수한 연구인력이 출연연에서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강조했다. 정년연장 외에도 출연연의 전반적인 연구환경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어 박 팀장은 “우수연구원제도의 경우 정년을 앞두고 선정을 하지만 안정적인 연구환경에서 젊은 연구자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미리 선정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상선 한양대 교수는 선진국의 연구 환경을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과학기술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정년은 과학기술인이 연구에 어떻게 몰입하게 하고 퇴직 후 우수연구원을 어떻게 활용할 지와도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올해 100년이 되는 이화학연구소와 미국과학재단(NSF)은 자율과 안정을 강조하고 있다”며 “우리도 여기에 주목해 정책을 꾸려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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