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부터 청탁금지법이 본격시행된 이후 지역 대학들의 석박사 논문 심사 관행에도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심사마다 식사 접대를 하고 교통비를 지급하는 일종의 ‘거마비’관행이 자취를 감췄고, 논문 심사 인력도 외부 위원보다는 지역 내 교수들끼리 논문 심사를 하는 등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심사위원 섭외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학계에 실력있는 심사위원들을 위촉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현재 대전지역 대학가는 대학원생들이 석ㆍ박사 논문 심사를 받기 위해서는 공식적으로 ‘논문심사비’명목으로 논문을 작성하는 학생들이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대전의 경우 석사는 9만원~10만원 수준이고, 박사학위는 30만원~50만원 수준으로 학생들이 심사비를 부담하고 있다
30만원의 논문 심사비를 내는 박사과정의 경우 5명의 심사위원에게 위원장은 6만8000원, 위원들은 5만8000원씩 배분하는 금액이다. 30년된 책정된 낮은 심사비 이다보니 학생들은 외부에서 오는 외부인사들에게 교통비와 식사비 등의 명목으로 거마비를 지급해왔다.
거마비 지급이 청탁금지법에 정면으로 위반이 되면서 학교내에서도 거마비가 사라지고 다른 대안이 나오고 있다.
A대학 경영학과는 박사 논문 심사에서 2명의 외부 인사를 모시도록 하고 있고, 이를 실천하지 못할경우 사유서를 쓰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학과는 사유서를 쓰고 내부 교수들만으로 심사위원을 구성해 논문 심사를 진행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거마비 관행이 사라지면서 수도권이나 타지역의 박사급을 영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유서를 쓰면서 까지 학내 교수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도록했고, 학내 교수들 심사가 수준이나 질적으로 더욱 좋은 방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과 B교수는 “일종의 품앗이가 돼 버렸다”고 말한다. 공과대의 경우 대덕 연구단지가 있어 박사급을 영입하기가 쉽지만 인문,사회 계열의 경우 타 지역 박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품앗이’처럼 심사를 오면, 가는 형태로 바뀐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논문 내용의 특성에 맞게 학계 유명 인사를 영입하고 싶어도 외부인사들이 참여자체를 꺼리면서 양질의 논문 작성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박사과정 C씨는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지급하는 비용을 주면서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내려와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라며 “차라리 학교측에서 논문 심사비를 조금더 지급해줬으면 부탁하기에도 쉬울것 같다. 외부인사 영입을 거의 교수님 인맥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박 정의원(경기파주을)은 학생들의 대학에 연간 등록금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학위 논문심사료를 추가비용으로 부담하고 있어 이중 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다며, 이를 부담 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학생들이 부담하는 논문 심사비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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