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문현 충남대 교수 |
창단 20주년을 맞은 대전시티즌의 홈 개막전에는 5천 6백여 명의 관중이 찾았고, 주차장을 꽉 매운 차량의 모습에서 모처럼 축구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새롭게 바뀐 전광판은 관중의 흥미를 더했고, 에이핑크를 활용한 흥행몰이도 좋았다. 관중들은 전부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촬영했고, 즐거워했고, 친구들에게 전송하느라 매우 바빴다.
투지를 불태우는 선수들의 열정 또한 대단했다. 이에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열렬히 응원했다. 이날 개막전에는 권선택 대전시장, 김경훈 시의회의장, 설동호 대전시교육감, 이상민 국회의원, 차범근 전 축구감독까지 출동해 뜨거운 관심과 열정을 보여줬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은 축구전용구장인데도 선수들과의 거리가 너무 멀다. 축구전용경기장은 경기를 근거리에서 보는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유럽 축구리그를 보면, 선수단 벤치가 관중석과 같이 있고, 관중석은 경기장 3-4m 코앞에까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축구경기의 재미 요소이고 상품인데 대전의 축구전용구장은 이것을 차단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심판에 있다. 프로축구심판은 어떠한 경우에도 공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이날 심판의 이상한(?) 판정은 모처럼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억울하고 흥분한 선수들에게 권위적으로만 행동해서는 안된다. 야구처럼 축구심판도 전광판에 이름을 걸고 판정하면 공정성이 좋아지지 않을까?
작년 6월, 경남 FC 선수가 경기 도중 상대팀 선수의 얼굴을 팔꿈치로 때렸음에도 불구하고 심판은 반칙 선언을 하지 않고 경기를 그대로 진행했다. 검찰 수사결과 프로축구심판위원장까지 구단 측으로부터 뒷돈을 받았고, 모두 4명의 심판이 전북 현대와 경남 FC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바로 작년 일이고, 드러난 것만 이 정도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07년 국내 각종 축구대회에서 심판의 금품수수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판단으로 심판비리 신고포상제를 시행했었고, 2010년 3월에는 대학 축구 감독의 심판 매수사건이 발생하자 비리근절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비리 근절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발표한 바 있으며, 2016년 1월에는 심판을 대상으로 비리근절윤리교육을 실시했으나 이를 비웃기라도 한 듯 심판위원장은 선수와 관중을 배신하고 버젓이 돈을 받아 챙겼다. 판정이 의아하니 이런 기억이 떠올랐다.
축구리그에서는 부상과 체력고갈 등으로 한 선수가 똑같은 경기력을 한 시즌(40경기) 내내 유지할 수 없다. 게다가 경고누적이나 퇴장 등으로 주축 선수가 뛸 수 없게 되면 즉시 대체선수가 투입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적어도 같은 자리에 3명 정도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 시즌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시절, 주급 1억2800만 원을 받으며, 벤치에서 대기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적은 예산으로 최고의 성과를 가져와야 하는 대전시티즌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 보인다.
모처럼 찾아온 축구열기에 대전시티즌의 승리가 더해져 “U-20개최”와 더불어 “축구도시 대전”의 명성이 다시 찾아오길 희망한다. “대~전시티즌 파이팅!”
정문현 충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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