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경제는 짙은 안개 속에 갇혀있다. 최근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파면사태로 국론과 정국 수습이라는 과제에 직면한 가운데 미국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이 현실화되면서 대내외 환경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사실 국내산업에 위기가 감지된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한진해운 파산과 수주 절벽으로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해운업을 비롯해 기존 국내 주력산업들의 성장이 더뎌지며 계단식으로 상승하던 한국의 수출 순위도 어느새 매년 뒷걸음하고 있다. 불투명한 미래로 일찌감치 생계형 자영업에 몰리는 이들이 많지만 그곳 또한 이미 포화상태다.
지금과 같이 가계부채 증가로 소비 위축이 가속화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기업의 매출감소와 투자위축이 불가피해지고 이는 곧 기업의 생존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도산하거나 혹은 성장이 더뎌질수록 일자리가 줄고 국민들은 자금조달을 위해 은행 대출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어 가계부채는 더욱 증가하게 된다. 이 같은 ‘저성장의 악순환’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는 과거 IMF외환위기 마저 되풀이 할는지도 모른다.
이 고리를 어디서부터 끊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근본 해결책은 기업으로부터 찾아야 한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연신 ‘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미국 내에 하나라도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하려 노력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는 물론 사상 최대 수준의 규제완화 방침을 내세우면서 말이다.
미국이 세계 각지의 기업들을 유치하려는 이유는 단 하나다. 기업은 그 나라 경제의 바로미터로 기업의 성장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세수가 늘어 이를 재원으로 국민들에게 폭넓은 혜택을 주게 되는 선순환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는 최순실 사태로 정경유착의 폐해가 부각되고 일부 대기업의 부도덕적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며 기업 전체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까운 심정을 감출 수 없다. 기업 관행을 바로잡고자 하는 수준을 넘어 반(反)기업정서가 도를 넘는다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공산이 크다.
필자는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다수의 기업인에게는 국가와 지역경제를 위한 책임감과 사명감이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기업에 대한 믿음과 격려가 있어야 기업가정신은 더욱 빛을 발하고 지역경제와 국가발전에 더 큰 몫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업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면 경제활동의 선순환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자구적 노력은 물론 정부 및 공공부문에서의 지원도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는 것과 동시에 전통기업의 노하우와 신생 벤처기업의 기술을 접목하는데 적극 투자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발맞춰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위기(危機)의 순간에는 늘 기회(機會)가 함께 하기 마련이다. 위기를 ‘위대한 기회’로 만드는 그 시작이 바로 오늘이길 바라며 이제부터라도 다 같이 힘을 내자고 호소하고 싶다.
박희원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