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규익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일찍이 외국기업은 한국의 과도한 접대와 향응 문화의 불합리성과 폐단을 미리 인식하고 접대에 관련하여 회사 규정으로 문서화함으로써 부정이나 청탁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기업 본연의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인 높은 생산성과 수익성에 도달할 수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3년여 동안 많은 사회적 논의를 거친 뒤 법령으로 공표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을 시행한지 6개월 남짓 되었다. 이로 인하여 고급 음식점과 농수축산품, 화훼농가 같은 경우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언론에서 연일 보도되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 정부도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하여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중 청탁금지법 시행령이 규제하는 음식물과 농축산물 허용 가액을 상향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는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믿음이 필요하고 이를 바꾸려면 정확한 진단과 대안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통계와 지표를 제시하고 악화된 경제 상황이 청탁금지법 때문이라는 증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청탁금지법을 완화하여 당면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적절한 해법이 아니다. 경제 문제와 청탁금지법의 인과관계도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고, 아직 우리나라에는 외국기업과 달리 공직자에게만 적용되고 일반인들에겐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법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해야 하며, 관련 산업의 매출 하향이라는 일부 우려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다. 모처럼 좋은 뜻을 가지고 출발한 청탁금지법으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의 부패가 없어지고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로 가야 하기에 이 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정부는 국민들의 청탁금지법에 대한 체감변화 조사와 산업별, 지역별, 직종별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하여 결론이 도출될 때까지 가액 상향을 논의하기에는 적절한 때가 아님을 명백히 천명할 필요가 있다.
심규익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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