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효인 사회부 기자 |
지난해 7월부터 보도된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은 대한민국에 충격을 안겼다. 날마다 국민을 분노케 하는 뉴스가 전해졌다. 믿기 어려운 사건들을 접하며 나중엔 점차 충격이 사건의 크기보다 덜 느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웃지 못할 일이다. 씁쓸하다.
사태 초기 지역 신문기자로서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했다. 중앙정부 중심으로 펼쳐진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은 지역에서 나오는 그 어떤 기사보다 중대했다. 그 어떤 것을 보도해도 사건의 경중을 비할 데가 안 됐다. 그러나 헤어나야 했다. 지역에 대한 촉수를 더 뻗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다.
국정농단은 지역의 각 지도자를 되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했다. 주권자의 선택으로 선출된 지역의 어떤 지도자는 때때로 박 전 대통령의 어떤 모습과 닮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주변에 간언하는 이가 없거나 드물고, 약속을 어기는 모습 등이 그렇다. 박 전 대통령에 비할 수는 없지만 닮을 점을 찾기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곧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선거의 계절을 앞두고 또 다시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우리는 바른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 선택 앞에 서 있다. 새 지도자는 민심을 헤아리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국민 앞에 거짓이 없고 뱉은 말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참된 지도자의 모습이다.
이러한 지도자의 역할은 지방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탄핵이 우리에게 남긴 것을 잘 생각해야 한다. 내 손으로 뽑은 지도자를 우리의 손으로 밀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기보단 역사적 불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좋은 지도자를 뽑는 데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광역단체장을 비롯한 기초단체장도 이번 사태를 보며 자기 스스로의 행보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지도자의 자격과 덕목을 생각하며 스스로 지키겠다고 한 시민과의 약속을 챙겼으면 좋겠다.
대통령 탄핵은 대한민국에 많은 것을 남겼다. 지도자와 지도자를 선출하는 주권자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번 사태를 보면서 느꼈으리라 확신한다. 아팠던 만큼 성숙해질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다시 시작이다.
임효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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