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수사, 표심영향 불 보듯 정치권 유불리 계산분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실상 탄핵판결 ‘불복 선언’이 ‘장미대선’ 정국 초반 핫이슈로 부상했다.
여야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판결 승복을 촉구하고 있지만, 뭍밑에선 대선레이스 유불리에 대해 계산기를 분주히 두드리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자유한국당 정우택·국민의당 주승용·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13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정 의장 등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과에 승복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장미대선’ 정국 속 여야 정치권의 충돌이 아닌 국민적 통합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30분에 4당 원내대표 회동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은 박 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께서 그나마 갖고 있던 연민과 관용을 버렸을 것”이라며 “이제 관용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이제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에 응해 진실을 밝히는 데 협조해야 한다”며 “검찰도 단호한 수사로 죄를 엄히 다스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승복, 반성, 통합 메시지는 끝내 없었고 국민은 실망했다”며 “자신의 미래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기를 바랐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저로 돌아갈 때까지 분열과 갈등의 메시지를 남긴 데 대해 유감이라며 지금이라도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하고 국민통합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밝혀달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헌재 결정 승복을 당론으로 정한 자유한국당은 매우 곤혹스러워하면서 공식 논평조차 내놓지 못했다.
그렇다고 자당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에 대해 ‘매몰차게’ 선을 긋기도 어려운 처지로 이래저래 어정쩡한 스탠스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같은 정당별 온도차는 ‘장미대선’ 정국 속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이나 거취가 대선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은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됐다고 해도 향후 자신의 뇌물죄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조기대선 정국과 맞물려 박 전 대통령의 수사 결과나 신병 처리 결과가 선거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박 전 대통령 불복선언이 친박(친박근혜) 표심을 비롯한 보수층 표심 결집을 겨냥한 의도된 전략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중도층 표심이 보수후보들에게서 멀어지고 오히려 진보진영 결집으로 이어지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동시에 감지된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사저로 복귀하면서 민경욱 한국당 의원을 통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았고 정치권에선 이를 헌재판결 불복메세지를 던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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