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호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
개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 병이라면 깨끗하고 청렴한 사회를 위협하는 것은 부패라고 할 수 있다. 즉 부패는 사회의 병이다. 건강검진과 운동 등을 통해 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듯이 청렴한 사회를 위협하는 부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패 취약분야에 대한 사전 측정과 부패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공기관의 부패 발생을 예방하고 부패방지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2002년도부터 ‘청렴도 측정’ 제도와 ‘부패방지 시책평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청렴도 측정은 각급 공공기관의 부패문제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진단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개인이 지닌 주관적인 인식과 심리적 잣대에 기반해 공직사회 전반의 부패수준을 조사하던 기존의 방식을 탈피한 것이다. 건강검진에 빗대어 표현하면 마치 첨단 검진 기기를 도입한 것과 같다.
공공기관별로 청렴도를 측정하는 과정에는 민원처리 업무 경험이 있는 국민, 해당기관 직원, 학계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 지역주민 등 매년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참여하고 있다. 즉, 청렴도 측정 제도는 국민의 목소리와 기대를 고스란히 반영하여 700여개 공공기관에 전달하는 소통채널이기도 하다.
이러한 청렴도 측정제도는 지난 2012년 UN 공공행정상 대상을 받는 등 실효성 있는 부패진단 모형으로 국제사회에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를 계기로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의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청렴도 측정 제도를 전수하는 등 ‘행정 한류’의 첨병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깨끗한 공직사회를 위해 청렴도 측정제도가 부패 취약분야의 정확한 진단이라는 건강검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 부패방지 시책평가는 해당 공공기관들이 반부패 노력을 얼마나 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으로서 부패라는 병에 걸리지 않도록 스스로 운동이나 식이요법,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즉, 비정상적인 부패 관행 근절을 위해 각급기관별 특성에 따라 부패 취약분야 개선을 유도하고, 자율적인 반부패 청렴 문화가 정착 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의 관심과 참여를 촉발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물론 부패수준에 대한 측정이나 기관의 자율적인 부패근절 노력에 대한 평가가 부패를 예방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측정과 평가 활동이 공공기관에 부패 취약 분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부패방지를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자율의지를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일례로 2014년도에 청렴도 최하위 진단을 받은 충청남도는 청렴도 측정결과 드러난 공사·용역 등 부패 취약분야 개선을 위해 청렴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청렴 컨설팅을 받는 등 대대적인 노력을 펼친 결과 지난해에는 청렴도 2위로 도약하였다. 또한, 청렴도가 중간 수준이었던 서울 강남구청은 2년 연속 부패방지 시책평가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될 정도로 반부패 활동을 열심히 전개한 결과 지난해 청렴도 1위로 올라서기도 하였다. 이는 정확한 부패진단과 기관의 자율적 노력이 부패예방 및 청렴도 개선에 얼마나 유용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병에도 전염성이 있듯이 부패도 전염성이 강하다. 개인의 건강은 개인 노력뿐만 아니라 주변의 청결한 상태를 통해 유지할 수 있듯이 조직사회의 청렴은 각 기관의 반부패 노력뿐만 아니라 주변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청렴도 측정제도를 통한 부패진단으로 전염성을 차단하고 부패방지 시책평가를 통해 공공기관들로 하여금 청렴 노력을 더욱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부패분야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공공기관의 반부패 활동 견인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이다.
박경호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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