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학교다워야 함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대한민국 교육의 목적이 자주적인 민주시민 양성에 있다는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대전제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학교는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는 공간이어야 하며, 아이들은 학교에서 민주적인 삶을 경험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은 한 명의 소외됨 없이, 주인이라는 동등한 입장에서 학교운영에 참여하여 결정하고 그 결과를 성찰하면서 성장해 나가야 한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만한 명확한 논리이나, 상식이 무너진 이 시대에서 이 논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필자 또한 그랬다. 지난 시절을 돌이켜 보건대 대부분 학교에서 민주주의란 없었다. 관리자들은 승진을 갈망하는 직원들의 충성 경쟁을 유도하며 파워게임을 즐기고 그런 관리자의 뜻대로 학교를 일방적으로 운영하는 능력이 자랑할 만한 리더십이었다. 몇몇 소신 있고 순수한 영웅적인 교사를 제외하고는 적당히 순응하며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 그저 그렇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교사로서 아이들을 더 많이 바라보며 더 행복해 질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놓치며 살고 있었다. 거부할 수 없이 주어지는 엄청난 업무와 함께.
그렇다. 필자도 몇 년 전까지 그러한 시스템 속에 승진이나 갈망하는 그냥 그렇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였다. 불합리한 현실을 보며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소외되어가는 아이들을 느꼈다. 교육이 민주시민을 말하지만, 그것을 가르치는 교사, 나 자신은 너무나 부끄럽게도 전혀 민주시민이 아니었다.
점점 아이들을 수단으로 보게 되고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할 수 없었다. 하루하루 학교에 출근하는 게 지옥 같았으며 아이들에게 교사로서 자존감을 가지고 설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선생답게 한번 살아보자. 그리고 학교를 학교답게 만들어 보자.
세종의 5호 혁신학교인 이곳 수왕초등학교에서 필자는 단 한 번도 아이들에게 화 교육을 하지 않았으며 단 한 순간도 아이들에게 진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그렇다.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는 학교에서는 교사는 민주적일 수밖에 없으며 아이들은 진실로 민주주의의 삶을 경험한다.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는 수왕학교라는 민주주의의 장 속에서 지난 2년간 하루하루 교사로서 성장했다. 전에는 그토록 듣기 싫었던 연수도 지난 2년간 전국을 누비며 자발적으로 배우고 또 배웠다. 아이들을 위한 마음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나의 명확한 교육철학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것을 아이들과의 배움에서 실현하는 하루하루, 순간순간이 실로 가슴 뛰며 새롭다. 더 이상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많은 동료교사가 나에게 물어본다. 혁신학교가 어떤 곳이냐고? 나는 너무나 기쁘고 가슴 뛰는 마음으로 이야기한다. 혁신학교는 학교다운 학교이고, 민주주의의 장이며, 한 명의 소외됨 없이 모든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는 곳이라고. 그래서 나는 이제야 선생답게 살고 있다고. 아이들과 부대끼며 때로는 나의 교육적 실천에 부족함을 느끼며 좌절할 수 있겠으나, 진심으로 서로 존중하는 수왕교육의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그리고 볼수록 가슴 뛰는 아이들과 함께 나는 내일도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상식이 무너진 이 시대에 오직 사람만이 희망이며, 그 사람을 키우는 것은 교육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모든 교사들이 행복하게 자신만의 실천교육학을 만들어 가게 될 것임을 또한 확신하며 이 글을 맺고자 한다.
이원기 수왕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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