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혜리 (유혜리세종무용단 대표) |
사람의 운명이란 태어날 때부터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일까? 사람이 살아온 날은 알 수 있어도 닥쳐올 미래는 알 방법이 없다. 그래서 앞날이 불투명하고 모든 것이 불안하다. 일이 잘 안풀린다 싶으면 모든 것이 팔자소관이라며 현실을 직시하기보다는 외면하고 때로는 패배론에 사로잡혀 힘든 나날을 보내기도 한다.
정말 운명이란 게 존재할까? 불교의 화엄경에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하여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불교의 심오한 사상은 깨닫지 못하더라도 이 말의 뜻은 정해진 운명론보다는 사람의 주체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시 말해 노력 좀 해보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얼마 전 나는 지인으로부터 “운명을 뛰어 넘는 길-요범사훈”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이 책의 지은이는 원황(1533~1606)이라는 중국 명나라 때 학자다. 원래 호는 학해(學海)였는데, 운곡선사를 만나 운명을 스스로 바꾸고 창조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깨닫고 나서 지금의 생(生)에서 평범함을 끝내겠다는 각오로 호를 료범(了凡)으로 바꿨다 한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의 군사자문으로 참전하기도 했던 그의 이야기를 잠깐 살펴보면.
원황은 어렸을 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의 뜻대로 의술을 배우던 중 공도인이라는 도인을 만나 자신의 전 생애에 걸친 운명에 대해 듣게 된다. 공도인은 “모년에 시험보면 몇 등이고, 모년에는 공생이 되고 모년에는 사천성의 대윤이 될 것이오. 대윤이 된지 3년 반이 지나면 관직을 사임하고 고향에 돌아가서 53세 8월 14일 축시에 거실에서 운명할 것인데 안타깝게도 자식을 없을 것이오”라고 예언했다.
원황은 이를 기록해두고 마음에 깊이 새겨 살았는데, 그 이후 공도인이 말한 모든 것이 예언대로 이뤄졌다. 심지어 녹봉으로 받을 쌀의 총량까지도 맞췄다. 이일로 그는 나아가고 물러남에 운명이라는 것이 있고, 더디고 빠름도 때가 있다고 확신하여 담담하게 지내며 더 이상 뭘 구하려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한마디로 모든 것이 다 정해져 있으므로 노력은 필요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다 원황은 서하의 유명한 스님인 운곡선사(1500~1575)를 만나게 되어 운명이라는 것은 스스로 만드는 것으로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운곡선사가 가르쳐 준 공과격(功過格)으로 매일 행한 일을 기록하였는데, 선한 일은 하나하나 그 숫자를 기록하고 악을 저지른 경우에는 선행의 수에서 그만큼 뺐다. 선행이 쌓여가면서 원황은 공도인이 예언한 운명의 주술에서 벗어난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은 예언보다 훨씬 높은 벼슬에 올랐고, 아들을 얻었으며 70세가 넘도록 살았다라는 이야기다.
최근 나라 안팍이 너무 어렵다. 작년부터 이어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는 우리나라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중국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THAAD)를 빌미로 대국답지 않게 치졸한 보복으로 우리 경제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그만큼 우리 국민의 삶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말아야 한다. 모두가 노력하여 우리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자. 마음이 생각하는 대로 모든 것이 이뤄진다 하지 않았던가. 우리 국민에게는 국난극복의 위대한 에너지가 있다. 힘내자 대한민국!
유혜리 (유혜리세종무용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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