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장자연의 영정을 들고 있는 고 김지훈/사진=연합db |
배우이자 모델이었던 장자연이 세상을 떠난 지 8년이 됐다. 2009년 3월 7일 한 신인 여배우의 자살사건은 그저 생활고에 시달리던 한 단역배우가 우울증을 앓다 죽음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한 것으로 지나칠 일이었다.
그러나 일주일도 안돼 장자연의 실명과 지장이 찍힌 성상납 문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녀의 죽음이 단순 자살이 아닌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었음이 드러났다.
27세 늦깎이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장자연은 아버지는 간암으로 어머니는 10년간 중풍을 앓다 2005년에 돌아가셨다. 늦은 나이에 CF부터 시작한 그녀는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다. 2009년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학생역할로 얼굴을 알린 것이 가장 눈에 띄었던 역할이었다.
배우로서 제대로 꽃도 피우지 못하고 죽음으로 그녀가 세상에 고발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데뷔 후 끊이지 않는 성상납과 폭행, 술자리 접대시중 등 그동안 추측으로만 돌던 연예계의 추악한 이면을 들췄던 것이다.
▲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 출연 모습과 장자연/사진=소셜커뮤니티 |
일명 ‘장자연 리스트’로 명명되는 문건 속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었다. 리스트에는 유명 일간지 고위층을 포함, 대기업 관계자, 드라마 PD, 대형기획사 대표 등 31명이 거론돼다. 이에 당사자들의 명예훼손, 고소, 고발이 이어졌으며, 결국 술접대 강요 혐의를 받은 피의자들은 증거 불충분 등으로 무혐의 처리됐다.
그러나 장자연 사건은 잊을만하면 다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2011년에는 SBS에서 장자연이 직접 쓴 편지 50통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사건이 재조명됐으나 증거품이 날조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같은 해 국과수가 위작이라고 판정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서울 고법민사재판부가 장자연이 전 소속사 대표로부터 접대강요를 받았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재판부는 형사사건에서 술 접대 강요나 협박이 증거부족으로 인정되지는 않으나, 술자리 참석 등이 장자여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결을 내렸다.
8년 전인 오늘(7일) 죽음으로 연예계의 부조리를 폭로했던 장자연. 다시는 자기와 같은 희생자가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꼼꼼히 써 내려갔을 리스트는, 그러나 여전히 찜찜함으로 남아있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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