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드는 이유는 다 있다. 옳지 않고 틀리고,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흔들리는 이유도 있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그냥 넘길 수만은 없어서다. 흔드는 쪽도 흔들리는 쪽도 저마다 명분이 있고,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흑백논리다. 한쪽은 자신들이 내세우는 것만 정도(正道)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또 다른 한쪽은 ‘그렇지 않다’고 항변한다.
분명한 건, 통상 ‘항변’하는 쪽이 상대적으로 잘 흔들린다는 것이다. 전쟁에서도 공성(攻城)보다는 수성(守城)이 어렵다는 게 확률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두 대결에서 중요한 건 승자가 아니다. 패자도 아니다. 승패가 갈리던 갈리지 않던, 더 중요한 건 그 결과가 가져올 변화다. 대결은 치열할수록 후유증은 크다. 치유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름에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나 다양한 갈등 속에서 살아가는 이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대전에는 월평근린공원을 비롯한 도시공원과 도안 호수공원 갑천친수구역 조성 등 굵직한 대형개발사업이 많다.
건설을 중심으로 한 경제계는 한껏 기대하고 있는 반면, 시민단체의 반대 입장은 강경하다.
그 사이에서 정책결정권을 가진 자치단체는 눈치를 살핀다. 결정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흔들리는 시간이 지속될수록 정책결정권자에 대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난해 도안 갑천친수구역 조성사업의 전철을 또다시 밟자는 건 아니다. 두달여간 수차례의 회의와 예산을 들여 찬반의견을 조율했지만, 지금도 갈등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보 없이 입장만 고수하다가 시간과 예산만 낭비한 셈이다.
엄격한 원칙과 기준은 있어야 한다. 대화와 협의 범위도 명확해야 불필요한 논의를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갈등 치유기간이 짧으면서도 사업에 따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정책결정권자의 지혜가 가장 필요하다.
윤희진 경제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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