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리뷰] 유레카! 레이저 가공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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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리뷰] 유레카! 레이저 가공기술

  • 승인 2017-03-05 10:05
  • 신문게재 2017-03-06 22면
  • 최지연 한국기계연구원 광응용기계연구실 책임연구원최지연 한국기계연구원 광응용기계연구실 책임연구원
▲ 최지연 한국기계연구원 광응용기계연구실 책임연구원
▲ 최지연 한국기계연구원 광응용기계연구실 책임연구원
우리에게 레이저라는 단어는 이제 꽤 친숙하지만 이것이 지칭하는 장치 혹은 기술은 1960년에 발명된 불과 57년밖에 되지 않은 신조어다. 레이저는 자연의 빛과 달리 순도가 높은 단색으로 직진성과 결맞음성이 좋아 잘 퍼지지 않으며 집속능이 높아 높은 밀도의 광자를 원하는 곳으로 잘 전달할 수 있다. 아직 환갑도 지나지 않은 레이저는 빛의 속도로 정보를 이동하는 통신 기술, 칼을 대지 않는 수술, 세포 내 소기관까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영상기술, 심지어 록 가수의 무대를 한층 열광적으로 만들어주는 레이저 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세상을 놀랍도록 편리하게 바꾸었다.

레이저 기술은 이제 기계 기술과 만나 21세기의 첨단 가공 도구로 변신하고 있다. 특히 십수 년 전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산업용 펨토초 레이저의 놀라운 발전은 과거에 불가능했던 초미세 가공 분야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레이저 빛이 빠져나오는 시간을 수백 펨토초(1펨토초=10-15초)로 극히 짧게 하면 가공 중에 레이저가 조사되는 부위 주변으로 열이 전달되어 발생하는 열 손상을 방지하여 가공 정밀도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로써 머리카락보다 가는 회로를 절단할 수도 있고 열에 민감한 유기층이나 수십 나노미터 두께의 금속 막을 기판에 손상을 주지 않고도 제거할 수 있으며 충격에 쉽게 깨지기 쉬운 유리 기판에 미세한 구멍을 뚫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산업계는 펨토초 레이저 가공의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이 기술을 제품 생산에 적용하기는 꺼렸다. 펨토초 펄스가 물질에서 일으키는 새로운 가공 현상에 대한 물리적 특성을 잘 이해하고 적용해야 하는 어려움과 함께 기존의 레이저 장비에 비해 까다로운 광학계 구성과 고가의 장비 가격도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십여 년 전부터 펨토초 레이저 가공 기술을 연구해왔던 한국기계연구원은 이 기술을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분야에 적용하고자 하는 중소기업들과 함께 사업화에 힘써왔다. 이 과정에서 필자가 속한 연구실은 엔지니어들에게 펨토초 가공 이론을 교육하여 실무 지식을 갖추도록 돕고 개발하려는 공정을 미리 테스트해 볼 수 있도록 펨토초 레이저 가공 테스트베드를 구축하여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중소기업이 느끼는 기술의 진입장벽을 꾸준히 낮춰왔다.

최근 기계연구원이 이룩한 일련의 성취들은 이제 펨토초 레이저 가공 기술이 현장에 적용 가능한 기술로 수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부는 이미 대체 불가능한 공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연구실이 개발한 '고에너지 빔 응용 초정밀 하이브리드 가공 시스템' 연구는 지난해 기계분야 최우수 연구 성과 10선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었으며 필자가 유럽 공동연구팀과 함께 개발한 '펨토초 레이저 초미세 패터닝 시스템'은 2016년 유레카 혁신상 부가가치 부문의 수상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실험실에서 조심스럽게 싹이 틔워진 기술의 씨앗은 이제 어느 정도 뿌리를 내렸고 꽃을 피웠으며 열매를 맺을 채비를 하고 있다. 첨단 레이저 가공 기술이 우리나라 제조 현장에서 도약에 필요한 든든한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최지연 한국기계연구원 광응용기계연구실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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