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휼의 세상 거꾸로 보기] 바람개비와 바람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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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휼의 세상 거꾸로 보기] 바람개비와 바람잡이

  • 승인 2017-03-03 00:02
  • 이완순 소설가이완순 소설가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바람개비인가, 바람잡이인가? 하나같이 시류에 따라 빙글빙글 돌고 잡히지 않는 바람을 잡으려는 듯 마냥 허공을 휘젓고 있다. 대통령의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시대의 흐름을 읽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옳은데 시류에 편승하려고만 한다. 진보가 보수층의 표를 의식해 사드(THAAD)배치를 찬성하거나 이명박의 4대강사업과 박근혜의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모금을 선한 뜻이라 하고, 직무가 정지 중인 대통령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대민접촉에 집중하는 등 모두 쏟아지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만큼 지나치다.

국민은 저임금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는데 탄핵인용시기가 가까워지자 너나없이 애국자 코스프레, 민주열사 코스프레로 정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나라가 무너지고 있는데 가만있을 수는 없었다”며 칩거를 접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사람조차 현 시국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재벌을 꾸짖어 국민을 위로하거나 한 시가 급한 위중함에도 불구하고 탄핵을 늦추려고 기를 쓰는 박근혜에 대해 매섭게 질책하는 사람이 없다.

‘더러운 잠’을 게시하는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표창원 의원에게 6개월간 당원권을 정지시킨 더불어민주당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화가 치솟는다.

도대체 표현의 자유는 어디에 있는가? “더러운 잠”은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것일 뿐이고, “올랭피아”는 1865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서 본 “타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참조한 것이다. 만약 이것이 여성인권을 유린한 것이라면 우피치 미술관은 이미 파괴되었을 것이다.

▲ 마네의 올랭피아
▲ 마네의 올랭피아


지금 대한민국은 벼랑 끝에 서있다. 사드배치 결정으로 중국의 보복이 본격화되고, TPP 탈퇴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보호무역 개전(開戰)을 선포한 트럼프의 위협이 날로 거치러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IMF, 그 이상의 외환위기를 맞고 대한민국은 장기간 경제공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가계부채가 이미 1340조를 넘어 섰고,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자금이 자꾸 빠져나가는 상황이라서 머지않아 혹독한 빙하기가 온다.

그러므로 진정 애민과 애국의 정신이 있다면 지금은 표 사냥에 매진할 때가 아니다. 칼날 위를 걷고 있는 경제상황을 무시하고 표밭 뒤지기에 혈안인 대선주자들을 보고 있자니 분노가 치솟아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고 극도로 궁핍한 때에는 속히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수습책을 제시하고 정부가 이를 추진하도록 압박하는 사람이 참된 지도자가 아닌가?

눈을 씻고 봐도 진정한 위민의식이 있고 애국심이 강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대선주자들이 선택한 사자성어를 보니 의지가 출중하고 시국에 맞는 말을 선택했지만 워낙 오락가락해서 실천의지가 불분명하다. 너무 많은 주자들이 널뛰듯 나대고 있어 누가 당선될 것인지도 가늠할 수가 없다. 문재인이 부동의 1위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지만 지지율 변동 폭이 좁고 무수한 비난을 받고 있어서 당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심지어는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에 남자 박근혜라고 본다는 비아냥거림까지 있다.

문재인이 선택한 사자성어는 “산과 강을 다시 만든다”는 뜻인 재조산하(再造山河)이다. 폐허가 된 나라를 다시 만들지 않으면 죽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던 충신들의 마음으로 개조에 나서야할 때임을 강조했다.

안철수는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들다”는 마부위침(磨斧爲針)을 선택했다.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듯 아무리 이루기 어려운 일이라도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로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외쳤다.

반기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안희정은 민주주의(民主主義)라는 지극히 평범한 용어를 택해 국민의 명령은 낡은 20세기를 끝내고 시대교체를 이루는 것이라며 새로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에 의해서 설계되고 운영돼야한다고 했다.

대선주자 중에서 가장 시원한 말을 던지는 이재명은 사자성어도 사불범정(邪不犯正)이라는 날카로운 말을 선택했다. “요사스러운 것은 정당한 것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뜻으로 진실과 정의가 승리하는 공정하고 공평한 민주공화국이 우리가 꿈꾸는 새 나라라고 했다.

진정한 보수임을 자임하는 유승민은 “낡은 것을 깨뜨리지 못하면 새로운 것을 세울 수 없다”는 뜻의 불파불립(不破不立)을 선택해 개혁보수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약속했다.

문제는 하나같이 뜬구름 같은 공약만 남발하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성정치권의 적폐에 신물이 나 있는 국민에게 이를 타파할 또렷한 방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보복이 본격화되는 마당에 사드 조기배치가 웬 말이고, 나라의 미래가 걸린 출산율대책에는 왜 이리 무심한가?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으론 턱도 없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은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으로 인해 자신의 미래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군복무기간 단축 등의 달콤한 공약으로 민심을 잡는 기만술이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트럼프가 그 험난한 장벽을 뚫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독특한 돌파력과 민족주의를 선택해야하는데 그런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이 너무 섭섭하다.

이완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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