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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삼가 여성 예찬론자이고 매사 여성 편에서 사고하고 행동해왔다는 게 진솔한 고백이다. 필자가 이번 주제를 ‘물, 달, 그리고 여성’으로 삼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하겠다. 예로부터 ‘물, 달 , 그리고 여성 또는 여인, 어머니’는 서로 호환적인 삼각관계요, 뗄레야 뗄 수 없는 필수요인 및 관계를 지니고 있다할 것이다.
‘물’은 특히 문학에서 비추어볼 때 우선 님에 대한 사랑, 또는 이별에 대한 주제 또는 소재로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하나의 대표적인 에를 든다면 연전에 시청자의 감동을 일으켰던 ‘님아 물을 건너지 마오’ 의 방화(한국영화)가 있었다. 아마도 잘은 몰라도 그 모티브는 ‘公無渡河歌’(箜篌引)에서 따왔으라라고 추측된다.
편의상 ‘한역’된 것은 생략하고 본래의 우리 시(노래)를 보자. “임은 물을 건너지 마오/ 임이 물을 건너다가/ 물에 빠져 죽어지면/ 임은 어이 하잔 말가(곧 나는 어떡하라고)”
여기에서 ‘물’이 가지는 이미지는, 첫 귀 ‘임, 사랑’ 둘째 귀 ‘임의 부재, 사랑의 종언 終焉’ 셋째 귀 ‘임의 죽음’이다. 결국 물을 매체로 한 이 시는 ‘사랑과 죽음’은 이렇게 바꿀 수 있는 강인한 사랑과 별리의 아픔을 노래한 뛰어난 우리의 고전이다.
또 물은 ‘정성(致誠)’의 매개물이자 도구이며 성심 그 자체다. 우리의 조상님 수많은 어머님들이 둥근 달이 떠오른 날에 뒤뜰의 장독대 위에 정수를 떠 놓고 서방님 혹은 아드님의 뜻을 이루게 해달라고 두 손을 비비시거나 합장으로 절을 하시거나 하면서 소원을 빈 것도 ‘여성과 물’의 오묘한 소통이 있는 것이다.
뿐인가! 우리 신화에 동해의 ‘여인국(女人國)’에서는 정월 대보름 밤 우물에 가서 우물 속에 있는 노오란 알(달)을 떠 마시면 어김없이 아이를 낳는데 여아만을 나아 女人國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신화는 앞으로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있는 의미를 지닌 신화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느 미래학자에 의하면 언젠가는 남자가 필요없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는 설도 있고 보면 아주 부정할 수많은 없지 않다고 여기는 바다.
이 밖에도 물과 관련된 생명탄생에 관한 것들도 있다.
신라 시조가 되는 박혁거세가 알영정이라는 우물에서 탄생했다는 신화라든지 고려 왕건의 조모가 서해에서 大井으로 나왔다는 설화 등이 말해 준다.
그러므로 정리해 보면 ‘물’은 ‘사랑과 이별(죽음), 소원(소롱), 생명탄생’ 등 ‘달’이나 ‘여성’을 이야기할 때도 언급이 되겠지만 'Dionysos' 즉 ‘생성’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선호 전 한밭대 인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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