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씨 청각장애 딛고 자신 꿈 향해 한발짝

  • 사회/교육
  • 교육/시험

김민지씨 청각장애 딛고 자신 꿈 향해 한발짝

  • 승인 2017-03-02 16:10
  • 신문게재 2017-03-03 20면
  • 정성직 기자정성직 기자
▲ 사진 왼쪽부터 김효진 심리치료사, 김봉순 언어재활사, 김민지씨, 이혜진 원장, 서수연 언어재활사, 임선영 언어재활사.
▲ 사진 왼쪽부터 김효진 심리치료사, 김봉순 언어재활사, 김민지씨, 이혜진 원장, 서수연 언어재활사, 임선영 언어재활사.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장애 학생들 위한 교재 발간

“장애인들이 쉽게 취업할 수 있도록 컴퓨터 강사 하고 싶어”


대학생 김민지(21ㆍ여)씨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아르바이트와 여행이다.

대한민국 대학생이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이룰 수 있는 것들이지만 민지씨는 이 조차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민지씨의 발목을 잡는 것은 청각장애다.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가 있었고, 병원에서는 일반적인 청각장애 친구들 보다 심각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인공와우 수술을 해도 희망이 없습니다.” 병원에서 민지에게 내린 진단이다. 병원에서는 그래도 수술을 하겠다는 민지씨의 부모에게 희망이 없다는 말과 함께 끝내 수술을 끝내 거부했다.

결국, 수술은 한참이나 늦어졌고 우여곡절 끝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지만, 장애 정도가 심한 민지씨는 여전히 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자연스러운 음성산출이 어려운 민지씨는 일반 친구들과는 독화나 필답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농인친구들과는 수화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민지씨는 또 수술로 인해 안면마비라는 후유증을 얻게 됐다. 이 때문에 민지씨는 웃을 때 입꼬리가 한쪽만 올라간다. 민지씨는 활짝 웃는 것이지만 보는 이들은 비웃는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로 인해 어린 시절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으면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더욱 커졌다.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던 민지씨는 중학교 2학년이 되던 때 하늘샘치료교육센터를 방문, 이혜진 원장과의 언어재활, 김효진 심리치료사의 심리치료로 다시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하늘샘치료교육센터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민지씨는 자신이 컴퓨터 관련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지만 컴퓨터 학원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았다.

이에 민지씨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때 컴퓨터를 독학하기 시작했고, 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IT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민지씨의 청각장애가 심하다는 사실을 알게된 대회 주최 측은 해외연수 대상자를 대회에서 1등을 한 민지씨가 아닌 장애 정도가 덜 심각한 학생을 선정하면서 여행을 가는 것이 꿈이었떤 민지씨에게 또 다시 상처를 입혔다.

민지씨가 21년을 살아오면서 겪은 상처는 이 뿐만이 아니다. 여행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시작한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일을 하고 싶어던 민지씨는 의사소통이 많지 않은 전단지를 돌리는 일을 했다. 그러나 2000장을 돌리고 겨우 3만원을 받았을 때 민지씨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 통보였다.

민지씨는 여느 대학생처럼 본인의 힘으로 돈을 벌어서 일본으로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대한민국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기회 조차 주지 않았다.

이러한 민지씨에게 이혜진 하늘샘치료원 원장은 지난해 1월 민지에게 그림을 그릴 것을 권했고, 민지씨는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올해 1월 장애학생들을 위한 교육 교재 ‘말타고 놀자’를 출간, 장애 학생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김민지씨는 “장애가 있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하면 안 된다. 분명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좋은 생각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나중에 대학교를 졸업하면 장애인들이 쉽게 취업할 수 있도록 컴퓨터 공부를 가르쳐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성직 기자 noa7908@

▲ 김민지씨가 '말타고 놀자' 교재에 그린 그림.
▲ 김민지씨가 '말타고 놀자' 교재에 그린 그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3.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