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열녀문’ 시대의 족쇄인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공감]‘열녀문’ 시대의 족쇄인가?

  • 승인 2017-02-28 11:43
  • 신문게재 2017-03-01 22면
  • 유길선 행복도시 세종사진작가 회장유길선 행복도시 세종사진작가 회장
▲ 유길선 행복도시 세종사진작가 회장
▲ 유길선 행복도시 세종사진작가 회장
세종시에는 2016년 12월말 기준으로 국가지정문화재 4점, 세종시 지정 유형문화재 13점, 무형문화재 2점, 기념물 11점 등 총 26점과 여기에 향토문화유산 66점이 등록돼 있으며 이중 15점이 烈女門이다.

연동면에 소재한 열녀문에는 두 여인이 있는데 이들은 한 가문의 시어머니와 며느리다. ‘양세정려기와 열녀정려기’기록에 의하면 시어머니는 손씨로 16세에 출가하였으나 임신 4개월이 되던 해에 남편과 사별하였고, 며느리인 성씨 부인은 18세에 출가하여 20세에 아들을 낳았으나 4개월 후에 남편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이를 두고 당시 홍문관 교리 조진만은 정려기에 “난초가 골에 피었으나 그 향기 멀리도 가누나"라고 두 여인의 정절을 칭찬하였다.

또한 전동면에 소재한 열녀문에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장례를 치르고 형제를 한자리에 불러놓고 “내가 평소 너의 아버지를 정성껏 받들지 못하여 돌아가셨다”면서 나 혼자 남아 福을 누린다는 것은 婦德의 길이 아니므로 너희 아버지 뒤를 따르는 것이 지어미의 본분이라면서 ‘형제간에 화목하게 살라’는 유언을 남기고 음식을 전폐하여 7일만에 남편의 뒤를 따랐다.

이웃 열녀문의 효부 羅氏부인은 부부 금슬이 좋았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남편이 병을 얻어 13년간 병고에 시달리다 죽고 말았다. 부인은 밤낮으로 눈물로 세월을 보냈으나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 현명한 婦德’ 이라고 다짐하고 시부모와 자녀를 봉양하고 이후 시부모가 노환으로 사망하게 되자 3년간의 시묘를 하고 뒤를 이어 생을 마감하였다.

전의면 정려문에는 효자 가문으로 시집왔던 金氏 부인이 사별한 남편을 따라 자결해 그해 정려문이 세워졌다고 되어있다.

여인들의 행적은 서로 달랐지만 나라에서 정려문을 세워 본보기로 삼았다. 현재는 어떠한가? 네 쌍이 결혼하면 이중 한 쌍은 이혼한다는 통계가 있다. 효자는커녕 부모를 학대하고 금전적인 문제로 살해하는 등 패륜적인 소식들을 뉴스를 통해 접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학자는 미래에는 세 번 결혼한다고 예견하고 있다. 선조들이 이런 내용을 알았더라면 아마 기절했을 것이다. 시대에 따라 삶의 방식은 다르지만 가족이란 구성원은 과거나 현재가 다를 바 없다. 그 시절의 생활을 알지 못하고 평가하는 것은 분명 잘못되었다. 그러나 비슷한 시대에 살았던 한 여인은 남편이 죽자 부덕의 소치라면서 어린 두 아들을 남겨놓고 남편을 따라 죽었고, 다른 여인은 산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 부덕이라면서 자식과 시부모를 공양하였다고 되어 있다. 내용은 분명 대비가 된다. 어느 여인이 지혜로운 것일까? 나라에서는 정려의 기준을 어떻게 했을까? 그 시대에도 세도있는 가문에게 지금과 같이 은덕을 베풀었는지 궁금해진다.

자결과 수절이 가문의 미덕인가? 아니면 시대가 만들었나? 역사이지만 열녀문은 시대의 족쇄같아 숙연해졌다.

유길선 행복도시 세종사진작가 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5.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1.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