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암육교 인근 대로를 무단횡단하는 시민 모습. |
왕복 4~6차선 차량 속도 빠르고 주거단지 위험 커
대전 서구 관저동에 사는 김모(48)씨는 지난 주말 오후 아파트 단지 밖 도로를 건너다 위험을 감지했다. 왕복 4차선 도로를 달리는 차들은 속력을 줄이지 않았고 차가 안 오는 틈을 타 무단횡단을 하는 주민을 적잖게 목격하면서다. 도로 중앙에 화단이 있지만 화단과 화단 사이를 비집고 도로를 건너는 이들이 많았다. 김씨는 단지 앞에 있는 육교를 통해 길을 건너며 겨울 동안 얼었다 녹은 우레탄 계단 포장이 울퉁불퉁해 또 한 번 불편함을 느꼈다. 김씨는 “신호등이 없다 보니 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린다”며 “날이 풀리면 더 많은 이들이 나올 텐데 무단횡단으로 사고가 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보행자 횡단을 위해 조성된 육교가 주민으로부터 외면당하면서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오후 관저동 구봉산북로 노곡육교 인근 아파트 앞. 버스에서 내린 한 여성이 좌우를 살피더니 왕복 4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 또 다른 남성 역시 아무렇지 않게 도로를 뛰면서 건넜다. 인근 상인은 비일비재한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선암육교가 위치한 선암초교네거리와 느리울중네거리 구간. 왕복 6차선 도로를 무시한 채 길을 건너는 이들이 역시 어렵지 않게 눈에 띄었다. 한 10대 청소년은 “무단횡단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알지만 육교가 너무 멀어서 가끔 그냥 건넌다”고 전했다.
대전시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free)’을 위해 육교 대부분을 철거 중에 있다. 보행자 중심 생활환경을 위해 보행육교가 사라지는 추세를 맞으면서 시민들도 육교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관저5지구를 조성하며 2013~2014년에 설치한 육교는 최근 아파트 진입 문제와 횡단 문제 불편함이 계속해 제기되는 곳이다.
구봉산북로 인근 아파트는 도로에서 아파트로 진입하는 좌회전 신호 체계가 없어서 유턴으로 아파트로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대전시는 교통영향평가를 거쳐 LH에 신호체계 개선을 두 차례나 요구한 상태다. 이곳에 신호체계가 마련되면 육교 대신 횡단보도 설치도 논의해 볼만한 사항이다.
선암초교네거리와 느리울중네거리 구간도 육교로부터 400m가량 떨어져 있어 무단횡단이 많은 곳이다. 지난해 대전시는 대전경찰청의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를 거쳐 대로 중간에 횡단보도를 설치하기로 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보행자를 중심으로 하는 교통 환경 조성이 우선되고 있고 점차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오는 4월까지 선암육교 인근에 횡단보도가 설치되면 무단횡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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