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용 대전현암초 교사 |
전에 있던 학교에서 음악줄넘기를 지도하였던 경험이 있어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주 금요일 아침활동 시간을 정해 놓고 줄넘기를 시켜보았는데 매우 실망스러웠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이미 시작한 일 아이들과 즐겁게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기본 연습과 함께 학년체육시간에는 음악줄넘기를 기초부터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즐겁게 따라 하던 아이들도 손과 발이 따로 돌기 시작하더니 계속 줄에 걸리면서 흥미를 잃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위기가 찾아왔을 때, 생활체육회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였다. 친절한 설명과 시범보이기를 통해 음악줄넘기의 기술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아이들은 잃었던 흥미를 다시 갖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1년을 보내면서 12월에는 모둠별로 음악줄넘기 발표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 때의 벅찬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새 학년이 시작되면서 다시 이 아이들과 1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같은 아이들과 2년을 보내는데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없을까?’ 라는 생각으로 동부교육지원청 민속놀이 경연대회에 출전하기로 하였다. 작년에 배웠던 기억이 있어서 2단 뛰기와 다양한 음악줄넘기 동작 기량은 일취월장하였다. 7월 시험이 끝나고 부터는 본격적으로 9월에 있을 대회준비에 들어갔다. 우선 음악을 선곡하여 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하였다.
“선생님 긴 줄 돌릴 때 줄 속에서 2단 뛰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4명이 긴 줄 2개를 서로 마주보며 엑스자로 돌리면서 4명의 친구들이 들어가 줄넘기를 했으면 좋겠어요”등 서커스에서나 볼 수 있는 동작들을 하자고 서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과연 될까?’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그래, 너희들 의견이니 한 번 해보자. 파이팅!”하고 바로 연습에 들어갔다. 의욕과는 달리 줄 속에서 2단 뛰기는 고사하고 줄넘기를 하기도 싶지 않았다. 마주보며 긴 줄을 엑스자로 돌리는 것도 박자가 안 맞아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 속에서 또 줄넘기를 하겠다니…….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우선 방학 때 줄넘기 동아리활동를 만들어 훈련량을 늘려보기로 하였다. 계속된 실패 탓인지 중도 포기하는 아이들도 생겼다. 개학 후 꾸준히 참여한 아이들로 선수단을 구성하고 점심시간에 체육관에 모여 매일 연습을 하였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점점 체력도 강화되고 꿈만 같았던 기술들을 성공하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이제 실수만 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아이들이 서로를 격려하였다.
드디어 기다리던 민속놀이 경연대회 날. 점심식사 후 대회의상으로 갈아입은 아이들을 보니, 뿌듯함과 동시에 긴장감이 밀려왔다. 우리는 동그랗게 둘러서서 마음을 모으고 서로 파이팅을 외치며 경기장으로 향하였다.
대회에 함께하지 못한 나는 긴장 속에 결과를 기다렸다. 퇴근 시간을 넘겨서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기 너머로 흥분이 가시지 않은 학부모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기쁨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없을까?’라고 시작한 우리의 노력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김지용 대전현암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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