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성광 국립중앙과학관장 |
인류는 약 250만 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진화하여 전 세계의 넓은 지역으로 퍼져 정착했다. 이후 수백만 년 동안 지구에는 여러 종의 인간(호모속)이 출현했다가 사라져 갔지만, 지금은 딱 한 종, 약 7만 년 전에 인지혁명을 일으켜 단숨에 먹이사슬의 꼭대기로 뛰어오른 호모사피엔스만이 살아남았다.
최근 로봇과 인공지능을 인간으로 보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EU 법사위원회는 2015년 6월 보고서에서 로봇에게 전자인간으로서 근로자의 지위를 부여할 것을 권고하였다. 물론 로봇을 당장 인간으로 인정하기보다는 근로자의 지위를 부여하겠다는 것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기술의 진보로 앞으로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1997년 IBM이 개발한 ‘딥블루’가 체스 세계 챔피언에게 승리하여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준 이래 컴퓨터는 도장격파처럼 인간의 영역을 하나씩 깨고 있다. 지난해엔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어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다분히 홍보를 위한 의도적인 도전이다. 인공지능은 이보다 더 강렬하게 그러나 소리 없이 인간의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감정로봇 페퍼는 홀로 사는 노인들의 벗이 되고 있으며, 가천대 병원에서는 IBM의 왓슨으로 암 환자 진료를 시작하였고, AP통신에서는 기업실적 기사를 로봇기자가 작성하고 있다. 구글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자동차는 실도로를 300만km 넘게 달렸는데, 이 동안 인공 지능의 잘못으로 발생한 사고는 단 1건에 불과할 정도로 안전성을 입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40년이면 전 세계 차량의 약 75%가 자율주행차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였는데, 아마 그즈음 하면 인간은 운전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제할지도 모를 일이다.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희망인가 아니면 재앙이 될 것인가? 스티븐 호킹은 “완전한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으면 그것은 인류의 종말을 의미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였다. 완전한 인공지능이란 자신의 능력을 넘는 인공지능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인공지능이 또 다른 인공지능을 만든다는 것은 그저 꿈 같은 이야기이므로 크게 걱정할 것은 못 된다.
그렇다 해도 인공지능과 로봇의 진화로 인간의 일자리가 빼앗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딥러닝이라는 신기술을 장착한 인공지능은 이제 약 7만 년 전 일어났던 인지혁명과 같은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사람과 기업, 사회가 어떻게 바뀌게 될지 미리 예견하여 국민에게 소상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예측하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세계적으로 IBM, 구글과 같은 민간 기업이 선도하고 있으나, 국내 기업은 기술 기반이 취약하므로 국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옥스퍼드대학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20년 안에 미국에서 현재 직업의 약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하였다. 어떠한 직업이 살아남고, 어떠한 직업이 사라질 것일까? 서류 작성이나 계산 등 일정한 형식이나 틀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업무는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딜로이트사는 연봉 3만 파운드(약 5,500만 원) 미만의 사람은 연봉 10만 파운드(약 1억 8,000만 원) 이상의 사람과 비교해서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길 확률이 5배 이상 높다고 하였다. 교육 혜택을 적게 받은 젊은이나 단순 노동 직업군의 사람들이 더 어려움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이므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준비해야 한다.
자라날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봇이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인 깊은 사고와 통찰을 위한 인문학적인 소양을 기르는 동시에 수학, 과학의 기본 이해와 미래의 언어인 소프트웨어 능력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창조성과 능력은 앞으로 컴퓨터와 협업하여 더 크게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양성광 국립중앙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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